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발의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올 4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 장애아동의 권리와 복지가 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아동 복지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종합적인 지역사회 복지지원체계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복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세계 10위권 내외의 국가 경제력과 국민소득 2만불 시대, 선진국 진입이 임박했다는 말들이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삶의 질과 복지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복지에 대한 그 수많은 설왕설래 속에서도 장애아동의 복지문제는 여전히 소외돼 있다.

장애아동이 누구인가?

국가가 복지정책의 최우선 대상으로 삼아야 할 사회적 약자 가운데서도 사회적 약자이다.

그렇기에 외국의 선진사회에서는 아이가 태어난 후 조기에 장애 또는 장애의 위험성을 발견하여 적절한 교육, 재활(치료), 상담과 각종 복지지원을 통해 아동의 장애를 최소화하고 2차적인 장애를 예방하며, 아동의 발달잠재력을 최대로 계발하기 위한 종합적이며 보편적인 무상의 복지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복지부에서 재활치료서비스를 비롯한 돌봄서비스, 의료비지원, 활동보조지원 등등의 몇 가지 사업을 지원하고는 있으나 법적인 근거 없이 사업의 형태로만 진행되고 있어 불안한 현실 위에 놓여져 있다.

보육료 지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초생활수급가정과 차상위계층의 저소득층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연령이나 등급제에 기초한 선별적이며 시혜적인 복지지원에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 장애아동의 발달에 있어 필수적인 재활치료서비스의 경우만 보더라도 단계적인 사정과 판정에 근거한 객관적인 서비스 지원이 아니다.

단지 부모의 선택에 맡겨서 장애아동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서비스의 제공에 따른 책임과 관리 부분에 있어서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다.

아울러 프로그램 이용시 자부담과 함께 대상자의 소득기준이 전국가구평균소득 100% 이하로 묶여있어 여전히 장애아동에 대한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차원의 치료사 자격관리와 치료실에 대한 관리ㆍ감독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전문성과 질을 담보할 수 없는 재활치료가 성행하는 상황이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재활보조기구 품목 중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품목은 약 18% 정도에 머물러 있어 많은 재활보조기구들이 고가인 상황에서 재활보조기구의 구입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을 부모가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아동 가족지원에 필수적인 돌봄서비스는 또 어떠한가?

올해 전체 9만여 가구의 대상 가운데 2,500가구에 한 해 장애아동양육지원사업의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새로 제정됨에 따라 장애유아에 대한 의무교육이 시행되면서 유치원에서는 장애유아 4명당 1명의 유아특수교사가 배치되는 것에 비해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는 보육시설에서는 장애유아 9명당 1명의 특수교사가 배치되어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에 현격한 교육차별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유치원에 다니는 장애유아 수의 세배가 넘는 1만5000명이 보육시설에 재원 중인 상황에서 30% 이상이 특수교사는 고사하고 장애아동 보육교사도 배치되지 않은 어린이집에 방치되어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가 이렇게 장애아동의 복지를 외면하는 가운데 아이가 치료실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부모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포기하고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심지어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기 위해 이혼을 하거나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지경에 몰려있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을 그토록 염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더 이상 복지의 사각지대에 우리 아이들을 남겨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장애아동의 복지문제를 부모 홀로 떠안고 살아야하고, 가족해체의 위협에 끊임없이 고통 받아야하는 현실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해 11월에 국회에 발의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단순히 한 해 발의되는 수많은 법안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이 법안은 사회적 약자 중에 사회적 약자인 장애아동에게 복지의 안전망을 둘러 그 삶을 보호하고, 장애자녀를 둔 부모와 가족에게는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희망과 안도의 씨앗이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또한 시혜적이고 선별적인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위에서 장애아동 각각의 필요와 욕구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장애아동 각각의 독특한 복지욕구에 따라 맞춤형의 복지를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환경을 약속한다.

바로 장애자녀를 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간절히 염원하는 복지환경이다.

우리 부모들은 장애를 가진 내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 이 새로운 복지환경을 반드시 만들어내고야 말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올 4월 정기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법제정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2011년 3월 18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전국장애아동보육시설대구협의회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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