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청의 시정명령 요구를 하고 있는 정립공대위의 결의가 시간이 지나갈수록 투쟁의 강도가 그칠 줄을 모른다. 231일의 점거투쟁, 숱한 결의대회, 1인 시위에 이어 이제는 노숙농성이다. 

9일 정립공대위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진구청 정문 앞에서 이완수의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직 결정 철회에 대해 광진구청의 책임을 촉구하는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그러고 보니, 노숙농성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줄곧 맑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 장애가 없는 기자도 후텁지근한 날씨에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닌데, 노숙농성을 진행하는 장애인들의 불편은 두 번 말해 무엇하랴 싶다.

1996년 11월 에바다 사태가 7년을 끌고 결국 재단에 민주적 이사진이 들어서고 종료된 것과 마찬가지로 정립공대위의 요구와 바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의 투쟁이 무모하게까지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 이유는 “법대로 하자”는 광진구청의 안일한 대응 때문이다. 

장애인들에게 정립회관은 어떠한 곳인가. 1977년 한국 최초로 설립된 장애인 이용시설로 그곳에서 수많은 장애인들은 희망을 노래하고, 순수한 열정으로 청춘을 보낸 곳이다.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 김병태 집행위원장은 “77년 처음 정립회관을 찾아가 그 속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성장해왔다”며 “정립회관은 우리 장애인들의 성지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간적인 곳이 “법대로”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독일의 법학자 엘리네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했다. 법을 지키지 않고서는 사회가 제대로 존립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두꺼운 법 시행령 책자만 들이밀면서 ‘우리는 할 일 다했다’는 식의 반응에는 인간적인 따듯함이 배제된 것 같다. ‘법대로’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필요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지 않을까.

이번 정립회관 민주화 투쟁을 지켜보면서 법 시행령 책자를 들고 나온 광진구청 담당직원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지시를 내린 책임자에 대해 생각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유미화 기자 mihwa@bokjinews.com

유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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