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곧 범죄로 인식하는 날이 가까운 시일내에 오길 바랍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3주년 기념토론회'에서 '장애혐오범죄'사건에 대한 예를 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영국에서 피오나라는 한 장애여성이 10년이상 지역사회의 따돌림을 받다가 딸과 함께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장애혐오를 심각한 반사회적 차별로 인식해 가중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그는 "영국의 멘캡(mencap)이라는 단체는 장애인에 대한 의료차별 체크리스트 등 통해 바로잡기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체크리스트 자체가 병원 관계자들에 대한 교육지침서, 매뉴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장차법 시행 3주년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차별과 정당한 편의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이 실제로 차별을 입증하기란 만만치 않다. 법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장차법을 차별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적용하기 위해 선언적인 문구만 늘어놓은 데서 보다 구체적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간단체의 경우 권리옹호 활동 중 긴급상황에 대한 조치권, 조사권 등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며 "권리옹호기관에 대한 조례제정 운동으로 지역적 기반을 확보, 확대해 제도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형석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과 장애정책팀장은 "장차법 시행 이후 진정사건은 15.5배 증가했다"며 "장애차별 진정사건의 비약적 증가는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의식 향상, 개인 진정을 통한 제도적 변화 모색 등 원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조 팀장에 따르면 법시행 이전인 2007년 239건이었던 차별진정건수는 2008년(4월 이후) 645건, 2009년 745건, 2010년 1677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장애유형별로 지체 499건(29.8%), 시각 426건(25.4%), 청각 274건(16.3%), 지적및발달장애 176건(10.5%), 뇌병변 136건(8.1%) 순이었다.

진정내용별로는 정보접근의사소통 506건(30.2%), 재화용역 285건(17%), 시설물접근 262건(15.6%), 괴롭힘 172건(10.3%) 등 집계됐다.

한편 2010년 장애차별 진정 처리건수는 총 1092건, 조사대상에 해당된 사건은 779건(처리건수의 71.3%)으로 권리구제 대상에 속한 625건 중 540건이 조사중 피진정인의 자발적 수용 등으로 해결됐다.

조 팀장은 "차별의 사후구제보다는 장애인의 동등한 참여와 통합이라는 사회적 문화조성을 통해 사전예방하는 방향이 장차법의 안정적 이행을 도모할 수 있는 순기능까지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강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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