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 개정 법률안(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가운데, 개정안이 빈민의 생존권 보장 수준을 낮추고, 자활사업 참여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 개정 법률안 평가' 토론회에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이 같이 밝히고 정부가 마련중인 국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 개정안을 놓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면적 재검토가 이루어져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류 소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개정되어야한다는 전제 아래 개정안에 국가보장책임의 명시, 소득입증책임의 국가부담 치 추정소득부과의 금지, 조건부수급의 폐지, 부양의무자의 축소 및 입증되지 않은 부양비에 대한 추정금지, 생활보장위원회의 수급자 대표 삽입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는 "개정안은 다른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다 무시되고 단지 자활사업에 관한 사항만 일부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활사업은 2000년 11월 시행초기부터 인권 침해적 조건부수급, 적은 참여자수와 규모, 부적절한 대상자 선정, 근로유인효과 없는 보충급여방식, 목표와 현실의 괴리, 당사자 주도의 사업이 못되고 있는 점 등의 이유로 개선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분리, EITC제도와의 관계정립, 사회복지체계 상의 위치, 진정한 자활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다른 대부분의 논점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단지 정부와 수급자 사이에서 강제노력을 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자활지원기관의 조직을 확대시키고 기능을 분화시키고 있다는 게 류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개정안 여기저기에서 근로빈곤층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훼손하는 조항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생존권보장의 정도가 더 훼손됐고 △사회정책의 기본틀에 대한 원칙의 고려 없이 설계됐으며 △자활이 아니라 타활 체제가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활사업 참가자의 급여가 예산에 맞추기식으로 개악됐으며 △비수급 빈곤층의 제도권 내의 보장 증가가 의심스러우며 △자활지원기관의 개념정의, 정책목표 및 범위가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류 소장은 "자활사업은 공공부조제도 뿐만 아니라 도입이 예상되고 있는 EITC제도, 노동정책 등과 깊이 연관돼 있다"며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다른 제도와의 연계성에 대한 고려없이 입안돼 제도개선을 기술적으로 개선하는데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생존권, 노동권 침해 조항, 예산에 맞추어 급여수준을 조정할 수 있는 조항, 자활사업의 정책목표에 맞지 않는 조항, 자활지원기관이라는 단일전달체계 내에서 감당할 수 없는 넓은 범위의 자활사업의 정의 등은 다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활사업 참여 당사자, 노동계, 복지계 및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개악된 개정안의 통과를 막아낼 것"을 다짐했다.

박선민 민주노동당 현애자의원 보좌관은 토론을 통해 "자활급여를 지급받는 수급자는 근로기준법 제14조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로 보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은 자활참여자를 근로자로 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그는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제약할 것이 아니라 4대 보험 등이 자활급여와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박 보좌관은 자활기업 인정제도 도입과 관련 "자활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반시장과 더불어 국가 및 자본영역, 지역사회에서의 보호된 시장,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일자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피력하며, 자활전담공무원의 별도 배치를 덧붙였다.

빈곤사회연대 유의선 국장은 "정부의 개정안은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소득인정액제도를 적용해 아예 기초법에서 제외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문제를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또한 "기초법에서 노동성 인정 여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기초법의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 국장은 복지부가 제출한 기초법 개정안의 전면 개선을 촉구하며, 기초법과 자활의 분리와 기초법 사각지대 축소, 조건부수급자규정 폐지 및 자활사업 참여에 대한 빈곤층의 선택권 보장, 자활사업참여자 노동자 인정 등을 주장했다.

이경하 기자 lkhpres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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