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분기 계층별 소득 격차가 198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지는 등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빈곤정책의 패러다임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 주최로 열린 '빈곤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위한 입법공청회'는 이와 같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 학계, 연구원, 시민단체, 자활후견기관협회, 보건복지부 등 각계 전문가들의 관심속에 성료됐다.

18일 고경화 의원 주최로 빈곤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위한 입법공청회가 개최됐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비롯해 자활지원법의 분리 제정, 주거급여법 분리 제정, 의료급여법 개정 등 총 4건의 법률안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이 벌어졌다.

고경화 의원은 주제발제에 앞서 "획일적이고 엄격한 대상자 선정조건, 통합급여 및 보충급여 방식 등의 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는 심화되는 빈곤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완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빈곤층의 특성과 욕구에 맞는 새로운 다층적 제도로 분화·발전됨으로써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빈곤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법 공청회 취지를 밝혔다.

고 의원은 이어 자활지원법과 주거급여법 제정을 중심으로 공공부조제도 개편방향과 입법 내용을 설명했다.

자활지원법 - 기존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자활지원사업의 경우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해 단순히 조건부과를 하는 수단으로 기능으로 작용했으나, 고 의원은 향후 자활지원사업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취약성과 실업부조제도의 부재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제시했다.

특히 이를 위해 개별가구의 소득평가액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인 근로능력자, 즉 기존 실직수급자 중심에서 비수급 실직자와 근로활동종사자 모두 포괄하는 등 대상을 확대해야 함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자활에 필요한 금품의 지급 또는 대여, 자활에 필요한 기초교육 및 기능습득의 지원, 소득의 증가로 인해 수급권자의 자격이 상실되더라도 일정기간 연장해 지원할 수 있는 탈빈곤 이행조치가 마련돼야 함을 덧붙였다.

또한 고 의원은 시·군·구에 '자활전담공무원' 배치안 등 전달체계 및 인프라 확충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는 국무총리 산하에 '중앙자활지원위원회'를 두고 시·도 및 시·군·구 산하에 '지역자활지원위원회'를 설치, 지역사회 차원에서 자활계획과 일자리 창출계획, 자활사업 평가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하자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거급여법 - 기존 국기법 상의 주거급여는 지역 및 점유형태, 주거특성 등을 충분히 반영하기 못한 채 본래의 주거빈곤 해소라는 취지를 구현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실제 주거빈곤층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이 모색돼야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거빈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상의 부양의무자 조건을 제외하고 소득인정책의 최저생계비 140%이하인 자를 대상으로 확대하며, 수급권자의 거주지역, 가구유형, 점유형태, 주택유형 등을 고려해 3년마다 최저주거비를 계측, 매년 복지부장관이 최저주거비를 결정·공표할 수 있도록 '최저주거비 결정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주거급여 내용으로는 월세임차료의 지급, 탈빈곤 이행조치 마련, 유지수선비 지급, 정부의 다른 주택지원사업에의 알선, 긴급주거급여 실시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구인회 교수(사회복지학)는 "공공부조제도 개선의 핵심은 사각지대 저소득층에대한 지원 확대"라며 "근로유인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법률안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구 교수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전체 인구의 20%인 저소득층이 최저생계비 150% 이하의 소득을 가지고 있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8%, 최저생계비 100∼130%인 인구가 약 4%, 최저생계비 120∼150%인 인구가 약 8를 차지한다. 이중 기초보장 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3% 내외인 것.

특히 전체 국민의 8%인 빈곤층 구성을 살펴보면, 노인이 25%, 성인 49%, 아동 26%를 차지한다. 또 전체 국민의 20%를 차지하는 최저생계비 150%이하 저소득층의 구성은 노인이 16%, 성인 55%, 아동 29%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자료를 제시한 구 교수는 "노인, 장애인 등 사각지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공공부조 개선의 우선적 과제"라며 "또한 사각지대 저소득층의 다수가 근로연령세대와 그 피부양자라는 특성을 고려해 공공부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이어 고 의원이 제안한 주거급여법에 대해 "목적이 최저주거비용 보장에 있는 것인지 주거욕구가 강한 저소득층 지원에 있는 것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저주거비에서 주거비 부담능력을 제한액수로 급여를 제공할 경우 대상은 소득빈곤층으로 제한 될 것"을 우려하고 "저소득층 중 임대료 과다 지출 가구에 대해 임대료 과다지출을 지원하는 과다임대료 지원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또한 구 교수는 자활지원사업 확대방안으로 자활사업을 법적으로, 예산상으로 기초보장제도와 독립적인 개별급여제도로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 근로장려금제도, 자산형성지원, 제한적 보충급여제도 등을 통한 근로유인 및 자활사업 참여유인을 제시했다.

전주대 윤찬영 교수(사회복지학)는 "자활급여의 한계, 공공부조의 특성에 따르는 제도적 모순, 2차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고려없이 기초법에 대한 하중 부과 등 풀어야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이러한 것들을 망라한 종합적 논의 속에서 제도의 개혁과 변천과정의 일환으로 현재 입법 대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초법과 같은 공공부조제도는 빈민을 관리, 유지하는 제도이지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제도가 아니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 자활정책, 각종 수당제도와 같은 빈곤예방정책 등이 빈곤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이경하 기자 lkhpres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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