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즉, SEX는 이제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아직도 성이란 단어는 입 밖으로 내뱉기 어려운 말이다.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 놓은 병폐다. 성은 젋은층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겪는 고충 중 가장 많은 사례는 첫 번째가 ‘일자리’, 두 번째는 ‘성문제’였다. 노인에게 있어서도 적당한 성생활은 생활의 활력소이며 생명수의 원천인 것이다. 성에는 결코 정년이 없다. 전문가들은 “노인들도 당당히 성생활을 누리고, 이성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반려자를 만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세간호대학 연세성건강센터 소장을 지내며 10년 경력의 성인 성교육·성상담을 해온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을 만나 노년의 성에 대해 들어봤다.
“노인의 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노인들의 성은 현실적이며 적나라하고 실제적입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은 “노인도 섹스를? 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버리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성은 어리거나 젊거나 나이 들었거나 구분 없이 살아 있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며, 성에 대한 만족은 삶의 질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노년의 성은 특별히 분류돼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생애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노화돼 가는 과정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하면 됩니다.”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노인을 탈 성적 존재로써 단정해 버리는 편견이 강하며 대부분의 경우 노인에게 성적인 욕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 설령 노인의 성적 욕구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욕구 충족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노인의 성적 욕구의 표출은 사회적으로 웃음거리나 비난의 대상이 되며, 정신장애로 여겨지는 경우까지도 있다.
이 때문에 노인은 자신의 성적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강제된 금욕으로 자신 스스로를 제약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배 소장은 70세가 넘어서라도 성생활을 계속하라고 강조했다. 성생활은 하지 않으면 잃어버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배 소장은 “60세 넘어서 6개월 동안 섹스를 하지 않으면 다시는 복귀하기 힘들다”며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에 대해 흥미가 없어진 노인에게까지 ‘더 해야 한다’고 부추길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성욕이 있고 성적 친밀감을 느끼고 싶은 경우에는 충분히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게 배정원 소장의 주장이다.
“섹스는 죽을 때까지 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다고 섹스에 대한 감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건강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젊은층보다는 그 횟수가 적을 뿐입니다.”
배정원 소장에 따르면 노인의 성은 건강 유무가 좌우한다. 얼마나 자주하느냐는 파트너의 건강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건강한 파트너는 횟수가 많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파트너는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노년기에 접어들어 남녀의 성에 대한 가치관에도 차이가 있다.
남자의 경우 섹스는 살아 있다는 증거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발기가 안되면 경우에는 ‘남자로서의 구실이 끝났다’던지 또는 ‘이제 더 이상 남자도 아니다’라고 자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여자는 육체적인 접촉보다는 감성에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여성은 50세 이후에 폐경기가 온 후 적극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파트너인 남자와의 친밀감이 얼마나 높으냐에 따라 적극성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만큼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육체적 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이 더 많이 작용한다.
배 소장은 “따라서 남자들은 젊어서 부인과의 앙금이 적으며 또 앙금을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은 남자가 오랫동안 부부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소장에 따르면 노인에게서 성은 존재감이다. 즉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들면 고독감과 죽음이 다가온다는 불안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이럴 때 누군가와의 포옹과 키스는 살아가는데 큰 위안이 되며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는 것이 배정원 소장의 설명이다.
“노년기의 성생활은 만족스러운 노년생활을 위해서, 또 인생의 마무리를 하는 노년기에 더욱 필요하고 소중한 삶의 조건입니다.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노인에게도 성을 통한 만족과 행복을 누리는 일은 소중합니다.”
배 소장은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인간으로서 삶의 질을 높이고 자존감을 더 높이는 성생활을 누리고 쾌락과 소통되는 느낌을 즐기며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노년기의 성생활 횟수는 얼마가 적당할까?
배 소장은 노인의 성은 건강하다고 해도 개인의 차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 중 74.6%는 성생활을 계속하고 있으며, 연구대상의 과반수인 51.5%는 매월 1~2회의 성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2.2%는 월 5회 이상의 성관계를 갖고 있으며, 70세까지는 노인의 절반 이상이 월간 성관계를 2회 이상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성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가 제안한 조언은 ▲규칙적인 성생활 ▲다양한 체위 ▲심신의 건강 유지 ▲횟수보다는 질적인 섹스 등 4가지 방법이다.
특히 질적인 섹스는 성기의 접촉보다 서로 키스하기, 껴안기, 상대방의 신체를 마사지 해주기, 신체를 부드럽게 만져주기 등의 신체적인 접촉을 많이 해 좀 더 재미있는 성교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배 소장은 노년기의 섹스는 심장병과 뇌졸중 빈도 감소와 면역력 증가, 정신적 건강, 수명연장 등 건강에 좋기 때문에 꾸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분별한 성생활은 매매춘으로 인한 성병감염, 성폭력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는 잘못된 성지식에서 오는 결과로 만족스런 성생활을 위해서는 노인들도 올바른 성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
“노년이 행복한 성생활을 영위하게 하려면 육체적이고 심리적인 성 건강에 대한 적절하고 구체적이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한 정보들이 주어지면 얼마든지 자신의 성 건강을 잘 관리하며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배 소장이 제시하는 노년에게 필요한 성교육은 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접근으로 성의 고정관념을 깨주고 노년의 성 심리, 성 생리, 발기, 사정, 성교 등의 정적 어려움과 성병에 대한 정보 등이다.“올바른 성지식은 현재의 성생활을 부드럽고 만족스럽게 전환할 수 있는 증정적인 요인입니다. 또한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생리적 성향을 이해하고 심리적인 성향을 이해함으로써 상호간의 성생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성은 인간의 본능을 넘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나아가 소통으로써의 의미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젋은층이나 노인층은 노인들의 성생활을 불순하고 수치스럽게 느껴 터부시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성에 대해 긍정적이고 자연스러운 것, 파트너와 친밀감이 꼭 필요합니다. 어쩌면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젊게 그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당연히 그 길을 가야하지 않을까요?”
배 소장은 육체적인 건강이 인간의 기본 권리인 것처럼 성 역시 인간의 가장 중요한 기본욕구이며 권리라며 나이 들었다고 성을 버릴 이유도 없고, 성에서 버려질 이유도 없다고 단언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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