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같은 여성을 성폭행을 한 2명의 가해자 중 권익위 간부는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모텔 종업원만 구속한 데 대해 사회적 위치를 고려한 차별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11일 술에 취한 동료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강간치상)로 국민권익위원회 4급 간부 박모(55) 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 이 법원은 지난 8일 같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준강간)로 모텔 종업원 권모(31) 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3일 강동구의 한 술집에서 A 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만취한 A 씨를 모텔로 데려가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이후 박 씨는 A 씨를 모텔에 방치한 채 귀가했으며 모텔 종업원 권 씨가 몰래 들어가 A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먼저 자백한 권 씨에 대해 지난 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같은 날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9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박 씨에 대해서는 박 씨를 불러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11일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박 씨에 대해 “사실을 시인했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으며 피의자가 이미 직위해제된 상태여서 지위를 이용해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른 가해자인 모텔직원 권 씨의 경우는 “손님에 대한 보호 의무가 있기에 비난 받을 여지가 더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성폭력관련단체들은 “고위직의 직장상사 또한 부하직원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며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경제력과 인맥을 활용, 증거를 은폐하거나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를 핑계로 직장 상사가 동료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건은 한국사회에 팽배한 직장내 성폭력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번 판단은 사회적 지위를 고려한 차별적 판단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더구나 이번 사건의 가해자가 국민의 권리보호 및 구제를 목적으로 한 국민권익위 소속 공무원이라는 것은 더욱 유감”이라며 “권익위는 일회성 성폭력예방교육에 그쳐서는 안 되며 성폭력을 유발하는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에 대해 뿌리 깊게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검찰과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단 한 점의 의혹 없이 수사할 것 ▲권익위는 사건의 재발방지와 피해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할 것 ▲정부는 공직자 성폭력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즉각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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