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24시간 영유아전담보육시설인 엠마오 어린이집. 유동적이긴 하지만 이곳 어린이집에는 생후 2개월에서 48개월까지의 영아36명이 10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엠마오 어린이집 신재은 보육교사는 아침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 출근, 아이들과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들 낮잠시간에도 보육교사는 잠못든 아이를 돌보느라 바쁘다.

 

 퇴근은 늦을 때가 다반사지만 보통 저녁 7시 반에서 8시 정도에 한다.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인 셈. 보육교사들은 따로 식사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이들 점심 준비와 뒤치닥거리를 하다보면 제때 시간에 맞춰 밥을 먹기 어렵다.
 아이들의 낮잠시간도 교사들에게는 한가로운 시간이 아니다. 잠투정하는 아이에서부터 안자고 말똥말똥 놀아달라고 보채는 아이까지 돌보느라 여념이 없다.
저녁시간부터는 '할머니 선생님'이신 윤주이 보육교사(60)가 주로 맡아서 아이들을 돌본다.

어린이집 최고참 윤주이 보육교사는 경험이 풍부해 밤 시간에 큰 도움이 된다.

 

 밤이 되면 아픈 아이들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윤 교사의 역할이 크다. 윤 교사는 "밤까지 엄마와 떨어져 있으면서 아프기까지라도 하면 아이들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느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고단하고 힘든 보육교사의 일상이지만 24시간 영유아전담보육시설의 보육교사들경험은 더 특별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난은 부모와 자식의 끈끈한 인연까지 앗아가고 있다.

 몇일 전 어린이집에 젊은 아버지가 두 형제를 맡겨놓고는 연락을 끊었다. 이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연락이 안된 상태였다. 다행히 아이들의 친할머니가 강원도에서 소식을 듣고 맡겨놓은 아이들을 찾아갔다.
 홍경진 원장은 "부모가 1주일이상 연락이 없거나 찾아오지 않으면 관련기관과 경찰서에 신고하여 시설에 인계토록 해야 하는데 이럴 땐 정말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혼한 어머니가 아이를 맡겨놓고 일을 하러 간 사이 건달인 아버지가 와서 술에 취해 "애 놓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일도 있다.

 보육료 미납은 다반사이고 아예 보육료를 떼먹고 도망가는 사례도 많다. 홍 원장은 "명함받고 주민등록등본까지 받아놓지만 연락이 안되고 나중에는 핸드폰 번호까지 바꾸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새벽에 아이들 맡기거나 갑자기 24시간 맡아달라고 하면 '이상'해 가급적 맡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24시간 영아전담어린이집을 운영하지만 소원이 24시간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지 않는 세상이 오는 것이라는 홍경진 원장.

 최근 이혼 등에 의한 가정해체로 24시간 동안 아이를 돌봐줄 보육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
 극심한 경기 불황 탓에 보육료를 내지 못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어 보육시설은 심각한 재정적 손해는 물론, 부모가 발길을 끊어버린 뒤 아이들의 거취 문제까지 떠안아야 한는 실정이다.
부모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이어서 싼 보육료를 찾다보니 밤에 아이들끼리만 잠을 자는 곳에 맡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보육시설도 많은 실정.

 홍 원장은 "요즈음 돈만 주면 다 해결된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도 많다"며 "가장 좋은 것은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또 "우리 원에 있는 그 조그만 아이들 눈에 삶의 무게를 다 짊어지고 있는 듯한 슬픈 표정을 발견할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며 "문소리만 나면 반사적으로 '우리 엄마가 아닌가' 몸을 돌리는데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홍 원장은 이어 "엄마들이 24시간 보육시설에 아이를 안맡기는 세상이 되고, 보육교사의 처우개선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게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주기를 희망한다"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보육교사들이 생활 할 수 있는 것은 자존심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소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윤경 기자>
 

 

오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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