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라 장애소수자연대 의장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장애계를 비롯,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 아래 ‘장애소수자연대’가 지난 달 8일 출범했다.

김세라(한국작은키모임 회장) 장애소수자연대 의장은 “장애특성 및 개인에 따라 제도적 요구가 다른데 목소리조차 낼 수 있는 통로가 없다”며 “가만히 있는다고 우리 요구 들어주지 않더라. 그래서 장소연을 통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세라 의장을 만나 장애소수자연대 출범배경과 장소연 향후 방향 등을 들었다.

장애소수자연대 소개

장애소수자연대는 장애특성상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기 힘들거나 특성이 다른 장애유형에 묶여있어 정책 및 제도화를 비롯, 실질적인 서비스구축에 있어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못하는 ‘소수’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장애당사자들이 공동의 권리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연대체입니다.

한국작은키모임, 장애여성네트워크,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화상장애인협회, 한국화교장애인협회, 한국절단장애인협회 등 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 사회에서 더욱 차별받고 소외당하고 있는 장애이주노동자, 장애새터민, 장애성적소수자 등과도 연대를 모색할 계획입니다.

출범하게 된 취지

그동안 우리 참가단체들은 누구도 장애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지 않음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또한 지체 청각 시각장애 중심의 사안별, 즉흥적인 연대는 위계와 전체주의를 강화할 뿐, 장애소수자들의 권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존 권력에 대응하는 장애운동의 가장 근본적인 핵심이자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장애소수자들의 대표성과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단결하고 특정단체나 유형의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 공통의 이익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출범과정

지난 2009년 10월, 아시아태평양지역 장애계가 제 2차 아태장애인 평가 및 제3차 준비단계에 임박한 시점에서 장애당사자 및 소수자의 주도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흐름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가 한국작은키모임,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화상장애인협회, 한국정신장애인연합에 모임을 제안해 왔습니다.

그해 12월까지 3차례에 걸친 모임을 통해 장애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제1회 한국DPI대회(2009.12)’ 소수자세션을 개최한 데 이어 2010년 11월 다섯 개 단체가 발기인모임을 갖고 장애소수자연대를 창립키로 함에 따라 의장을 선출했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한국화교장애인협회, 한국절단장애인협회가 가입하며 7개 단체가 참가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장애인정책 개선방향에 대한 조언

장애특성별 적절한 지원과 제도 구축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장애등급제도에서 장애종류가 세분화돼 있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편의상 묶여있는 장애유형 중에서 장애특성이나 욕구, 제공돼야 하는 서비스 등이 상이한 유형들이 있습니다.

특히 지체장애에 속해 있는 근육장애, 저신장장애, 절단장애 경우 지체장애를 판정하는 기준으로 판정돼 관련제도와 서비스자체도 해당 장애유형과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나 지원 등에 있어 장애․개인별 특성에 따라 세부적이고 전문적으로 접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 것입니다.

우선 장애분류와 장애기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세분화해야 합니다.

최근에 장애등급제 폐지 및 맞춤형지원에 대한 활발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장애특성별․개인별 맞춤서비스 지원체계 구축된다면 그것만큼 바람직한 방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장애인복지 정책결정과 제도 구축과정에서 장애소수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합니다.

개별적인 장애특성에 따라 각각 다른 정책적 욕구를 갖고 있지만 장애특성상 목소리를 내기 힘들거나 유사한 장애유형에 묶여 있어 가려지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요구는 무시된 채 장애정책 및 제도가 수립되는 실정입니다.

참가단체별 요구사항

근육장애는 근육세포 또는 근육신경의 돌연변이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근육 생성이 안 돼 점차 전신 근육의 근력이 약해져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심할 경우 호흡 또는 심장 근육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난치성 질환의 하나로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자부담 및 지원기준 등을 개선해야 하며, 의료비 및 약제비 지원 또한 형평에 맞게 지원돼야 합니다.

저신장장애는 지체장애판정 기준에 따라 경증의 등급을 받고 있지만 비장애성인의 신장에 맞춰져 있는 교통수단 등 사회 제반 시설을 접근, 이용하기 어려워 시설 및 인식개선 필요합니다.

특히 근육활동을 유지하는 고가의 의약품 복용이 필수적임에 따라 보험적용이 반드시 추진돼야 합니다.

절단장애인의 경우 맞춤형 의족․의수가 아닌 수입산 의족․의수에 의존하다 보니 의족․의수에 장애인의 몸을 맞춰야 하는 불합리함과 불편함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맞춤형 의족 의수 제작 및 보급이 시급합니다.

화상장애인은 기능손상보다는 사회적 편견이 이들의 사회참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편견을 없애고 실질적으로 이들의 사회참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특히 기능적 손상을 동반하지 않는 화상장애의 경우 그동안 재건성형수술이 아닌 미용성형수술로 분류해 건강보험을 전혀 적용하지 않던 것을 지난 해 7월부터 안면화상 1회에 한해 건강보험을 지원토록 개정한 것은 가능성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나 화상장애 수술이 1회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 전체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신장애인은 경증의 경우에도 입원․격리치료 위주로 제도 및 복지지원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도록 하는 탈시설화 정책과 대안이 모색돼야 합니다.

여성장애인은 우선 여성으로서 엄마가 될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특히 저신장장애, 지적장애 등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은 이들 장애인들의 존재 자체, 생명권을 부정하는 반인권적인 제도로서 시급히 개정돼야 합니다.

최근 주력사안은

최근 정부는 외국장애인의 장애인등록을 허용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외국인이 장애인등록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적일 뿐 아니라 위헌적인 요소가 있어 제도개선을 요청한 데 비해서 뒤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거소신고를 한 재외동포 및 대한민국에 영주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 등의 경우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 점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중 국가와 지자체가 외국인 장애인등록자에 대해 예산 등을 고려해 장애인복지사업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외국인에게 장애인등록을 허용해 놓고 막상 실질적인 지원은 안 해도 되도록 국가와 지자체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4월8일 장소연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외국인 등록장애인들에게도 차별 없는 복지서비스 제공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장소연은 공동으로 힘을 모아야 할 사안들을 찾아내 해결을 위해 끝까지 전력투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