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노숙에 대한 정부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노숙의 문제는 소수라는 이유로 소외되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오고 있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 주최로 여성노숙인의 현실과 제도적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성노숙인을 아십니까?'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여성노숙인들의 대다수가 독신여성 및 아동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차원의 실태조사와 차별화 된 지원방안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통계에 따르면, 1999년 말 현재 서울지역 쉼터에서 생활하는 전체노숙인은 4천600여명에서 2004년 말 2천975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여성노숙인 수는 2000년 106명에서 2005년 161명으로 6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년 신규 여성노숙인의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1999년도의 경우 전체 신규발생 노숙인은 6천130명으로 이 중 여성이 271명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으나, 2002년도에는 전체 2천431명 중 여성노숙인은 530명으로 전체의 22%를 차지해 수적으로 급증했다.

그 이후 2003년 2004년도에는 매년 300명선으로 전체 신규노숙의 14%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이러한 여성노숙은 대부분 자녀를 동반한 모자가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주제발제에 나선 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소장은 "2004년말 현재 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전국 10여개 쉼터에서 생활하는 여성은 300여명, 주요 역 주변 등 거리에서 생활하는 여성은 20∼30명"이라며 "그러나 이는 현재 정부에서 발견한 수치에 불과하지 숨어있는 여성노숙인은 전혀 파악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녀동반 모자가정 노숙의 증가추세는 여성의 빈곤화와 관련지어 볼 수 있다"며 "2004년 여성가구주의 빈곤율이 43.3%로 남성 가구주의 빈곤율인 17.3%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것은 IMF이후 증가된 여성가구주의 빈곤이 고착되어 빈곤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특히 여성들의 노숙결정 요인은 남성과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자료에 의하면, 남성의 경우 경제사정 악화와 실직을 이유로 든 경우가 79.8%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정불화 11.5%, 건강문제 1.5%로 조사되는 등 남성노숙인의 주요한 노숙 원인은 경제적 사유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의 경우는 가정폭력 등 가정해체가 30∼40%, 정신장애 등 질환이 약 20%, 경제 곤란이 4.9%를 차지해 경제적 사유보다는 질환과 가정적 사유로 인한 것이 높게 나타났다.

그는 이어 "여성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생활할 때 가장 두려운 것은 폭력"이라며 "특히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성폭력의 경우는 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뿐 아니라 아동문제까지 유발해 여성노숙인에게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들을 위해 대안으로 "생활비 마련이 가능한 모자가정의 경우 아동이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낙인을 겪지 않도록 주거지원 등의 정책을 강화"하고 "자립적으로 주거와 직장을 마련하기 어려운 단신 여성의 경우에는 재활치료 시스템과 공동작업장을 갖춘 공동주거 형태로 치료와 자립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기적인 시설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임영인 소장은 "정부에서는 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하고 긴급복지지원법, 근로소득환급제도 도입 등을 통해 빈곤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지만 빈곤의 끝에 서있는 노숙인들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남성노숙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 생활이 위험한 여성노숙인들은 거리보다는 여인숙, 사우나, 종교집회장 등 불안정 주거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노숙인 통계에는 적은 수만 보고 되고 있다"며 "그러나 경제 침체가 높아짐에따라 불안정 주거에서 생활하던 잠재적 여성노숙인이 거리노숙의 상황으로 내몰렸다가 쉼터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는 여성노숙인을 위한 거리지원체계, 주거지원체계, 자활지원체계 등의 다양한 지원체계 마련이 절실함을 부연했다.

임 소장은 노숙인 지원체계 개선방안으로 △거리 현장상담소, 24시간 상시 아웃리치 체제 등을 통한 거리보호체계 강화 △노숙인 자활지원센터 지원 및 신용회복 방안을 통한 자활지원체계 강화 △단신계층용 임대주택 확대 등의 주거지원체계 강화 등을 주장했다.

또한 정책적 과제로 잠재적 노숙인까지 포괄하는 정책 마련을 주문하고, 노숙인 관련 법령제정 및 노숙인 복지사업의 중앙정부 사업으로 이관, 노숙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부처간 협의구조 마련 등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유지형 복지자원정책과장은 거리여성 노숙인 보호체계 미흡함을 지적하고, "여성 노숙인 쉼터가 부족하지 않도록 증가추이를 감안, 지속적인 여성쉼터를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역부근에 신설중인 상담보호센터 내에 여성전용공간 마련 △부모와 같이 입소한 아동에 대한 배려 △거리여성노숙인 상담 강화, 쉼터 또는 여성관련 시설입소 유도로 성폭력 등 위험요인 경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경하 기자 lkhpress@bokjinews.com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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