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의 핵심적 전달체계로 급부상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장애인복지 발전에 기여하고 장애인 사회통합 이념을 실현하는 중추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제도 및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달 27일 우송정보대학에서 열린 ‘장애인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승기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복지 전달체계와 국민연금공단: 발전 아니면 후퇴’ 주제발표를 통해 “장애인등록절차와 장애인복지의 핵심 축인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관장하는 기관으로 국민연금공단의 부상은 단순한 개입을 넘어 장애인복지 향방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로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보건복지부-시군구로 연결되는 전통적 장애인복지 전달체계에 근본적인 수정을 가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공단은 사회보험이라는 장애인복지와는 이질적 목표와 기능을 가진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사회보험 체계 내의 국민연금을 지급하는 기관으로 장애인과의 연관성은 연금 급여 중 하나인 장애연금 뿐이었으나 2007년 장애등급재심사 장애인복지인프라개편사업참여를 시작으로 현재는 장애등록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부상했으며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운영주체로 확정되는 등 장애인복지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 교수는 “공단이 장애인복지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국민연금법이 아닌 타법령에 근거해 추진되고 있어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장애인복지업무에 제약을 갖는다”며 “한정적, 단편적 업무수행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금공단은 사회보험 운영기관으로서 행정중심적 기관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장애인복지 전달체계 기관은 오히려 이용자 중심적 기관의 성격이 강하다”며 “장애인복지 수행에 있어 상당부분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단 산하 장애인지원실, 장애심사센터 등 장애인 관련 조직은 국민연금에 중점을 둔 업무이사 아래 편제돼 있거나 장애연금 부서와 혼재돼 있다”며 “현재의 조직구조는 장애인복지가 연금 업무수행의 일부로 편입돼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장애인복지의 책임성과 전문성 확보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장애판정 및 등록 분야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서비스욕구사정, 서비스계획수립, 서비스연계 관련 전문인력 확보와 제도적 장치 미비하다”며 “장애등급심사 및 조사업무 외 총괄적인 서비스 업무는 지자체가 맡고 있어 장애인복지 전달체계가 통합적 시스템이 아닌 분절적 시스템으로 운영, 서로 책임 떠넘기기가 가능하다. 장애인복지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주어진 법적권한과 의무 테두리 안에서 업무에 치중할 경우 장애인복지 발전을 위한 조직이 아닌 장애인복지를 필터링하는 행정적 조직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며 장애인복지를 분절화, 고착화, 경직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공단이 장애인복지의 발전에 기여하는 전달체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타 법령에 근거해 장애인복지를 수행하는 것이 아닌 국민연금법에 장애인복지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의 장애인지원실을 별도의 조직 또는 이사장 직속체제로 개편해야 하며 장애인당사자 및 장애인복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인력구성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장애인복지의 이념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통합되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면 현재의 공단의 전달체계로서 역할은 초기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공단이 장애등급심사 내지 조사에만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안주한 채 장애인복지 이념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장애계의 반발과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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