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찾아온 가을에 비까지 내려 더욱 쌀쌀해진 25일 오후. 사단법인 열린세상 국민문화운동본부 산하 극단 ‘열린세상’의 연습실을 찾았다.

충정로에 위치한 경기대 사회교육원 지하 소강당에서 지난 4월부터 연습에 들어간 극단 '열린세상' 14명의 배우들.

극단 '열린세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호흡하며 공동작업을 통해 만든 창단공연을 올리기 위해 연습이 한창이었다.

경쾌한 합창소리가 연습실 밖까지 흘러나왔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디션 때 봤던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띈다.

비장애인 전문 배우와 스탭,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장애인 배우 5명 등도 노래를 부르며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극단 열린세상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호흡하며 만든 코카서스의 백묵원 작품연습이 한창 진행중이다. <사진/최경훈 기자>

이들의 공연작은 베르톨트 브레히트 작의 '코카서스의 백묵원'. 이 작품은 베르톨드 브레히트(Bertolt Brecht)가 성경의 솔로몬처럼 현명한 판관의 이야기를 담은 원나라의 '석필이야기'의 번역본을 1944년에 번안한 작품이다.

4개월간 평균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맹연습을 하고 있는 배우들. 몸 하나 가누기 힘들고, 한 마디 말 잇기와 대사 처리가 어려운 그들에게는 더욱 힘들고 고된 연습시간들이다.

배우 김호빈(왼쪽)씨는 동료배우 최희원 씨와 함께 노래 호흡을 맞추고있다.<사진/최경훈 기자>

 
배우 김호빈(뇌성마비 2급)씨는 "몸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왜소한 편인데 연습시작하면서부터 몸무게가 3킬로그램이나 줄어 46킬로그램이 됐다"며 "연습하면서 코피도 많이 흘렸고 심지어는 체력이 딸려서 쓰러지기도 했다"고 이야기 한다.

그는 이번에 우유파는 노인과 여주인공의 남편 역할 등 4가지 역을 맡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배우가 부족한 탓에 대부분 장애인 배우들을 비롯해서 배우들이 4개 이상의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장애인 배우 채희준 씨는 "몸은 힘들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김유신 연출감독은 혹여 장애인배우와 함께 공연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장애인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없는 것으로 하고 공연을 시작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장애 때문에 겪었던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이야기 했다.

김 감독은 "장애인들이 가진 잠재력과 능력을 표출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허물기 위해 만들어진 극단인만큼 우리의 공연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인과의 벽을 허물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연극은 8월 30일부터 9월 4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화∼금 오후 7시 / 토요일 오후 4시, 7시 / 일요일 오후 4시)

관람료는 2만원으로 복지카드를 지참한 장애인은 무료이다.

오윤경 기자 ohnew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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