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거론된 지 3년 6개월만에 드디어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안)을 마련,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등 장차법 마련의 기나긴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함께 25일 국회도서관 지하 소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안과 관련한 마지막 입법공청회를 열고,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을 마무리 했다.

오는 9월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출되는 이번 장차법은 차별금지, 장애여성 및 장애아동,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등 총 6개장 91개조와 부칙으로 구성됐다.

지난 25일 마지막 장차법 입법공청회를 끝으로 장차법안 마련을 위한 3년6개월간의 항해가 마무리됐다.

장차법안 - 제1장 '총칙'에는 목적, 장애 및 차별의 개념과 차별금지선언,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의 보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가 규정돼 있다.

제2장 '차별금지'에는 고용과 교육, 건축물 및 시설의 이용과 접근, 이동 및 교통수단의 이용, 의사소통 및 정보접근권,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문화·예술, 체육, 사법·행정 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모·부성권, 성, 가족·가정·시설, 건강권, 폭력 등의 14개절에서는 장애인의 권리를 선언하고 차별을 금지하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또 제3장 '장애여성 및 장애아동'에서는 장애여성과 장애아동들의 권리 선언 및 차별금지를 따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4장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에서는 과반수가 장애인으로 이루어진 위원회에서 진정-조정-시정조치의 흐름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제5장 '손해배상과 입증책임'에서는 최종적으로 소송으로 나아갈 경우 장애인 당사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주장하면 그러한 행위가 없었다거나,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그 상대방이 입증하도록 함으로써 입증책임에서 장애인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한된 형태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다.

이번 발의안과 지난해 11월 수정안과의 차이점은 '장애'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의, 신체·정신적 발생요인과 사회·문화적 발생요인, 평등권 상실이라는 3가지 핵심요소를 모두 포함하되 기존의 '장애'개념에서 지나치게 앞서가지 않도록 가다듬었다.

또한 차별간주행위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고, 가장 논란이 많았던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의 설치 및 권한과 기능을 수정안보다 한층 더 강력한 권한과 기능을 가진 독립적인 차별금지위원회로 구성, 국무총리 산하 조직으로 둘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발의안의 핵심조항은 크게 '독립적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의 신설과 효과적인 '권리구제수단'의 확보로 나뉘어지며, 민주노동당과 장추련 논의과정에서는 이와 관련된 6가지 핵심조항에 대한 합의 과정이 진행됐다.

6대 핵심과제 - 독립적인 장애인 차별금지위원회 신설이 최고 핵심과제로 논의됐다.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를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에 둘 것이 아니라 대
통령 직속의 독립적인 기구로 만들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에 둘 경우 효과적인 권리구제수단의 미비와 전문성 등이 결여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국무총리 산하의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합의했다.

두 번째로는 '시정명령 및 이행강금 제도'도입이다. 이는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가 직접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입이 세 번째 쟁점으로 논의됐다. 이는 악의에 의한 차별행위로 인정될 경우, 차별행위를 한 사람은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이하에 해당되는 배상금을 지급하게 함으로써, 이제까지 장애인 관련 법률이 실효성 없는 법에 그치는 사례를 감안해 법적 실효성을 높이는 상징적 효과를 담고 있다.

또 '입증책임전화제도'도입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는 점과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제도로, 이 제도는 장차법 내 '입증책임전환 조항'과 '차별간주행위 조항'이 서로 충돌됨에 따라 '입증책임전환'을 기본으로 두고 차별간주행위를 없애기로 했다.

다섯 번째 쟁점은 '소송대리 및 단체소송제도'도입으로 소송당사자를 대신해 장애인단체가 소송을 위임받아 진행 혹은 단체 목적에 따라 차별행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들이 소송을 대리하게 될 경우, 장애인단체들이 법적인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단체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소송대리 및 단체소송제도'를 삭제키로 했다.

마지막으로 '법사위 의원 발의'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복지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인권법이기에 법무부가 소관부처가 되어야 하므로, 법사위 의원을 통해 발의해야하지만, 장애인 문제는 이제까지 통상적으로 보건복지부 소관업무.

이를 법무부로 두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와 만약 법무부로 간다고 해도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장애인 문제에 대한 마인드 부족으로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장차법 내용 중 장애인 차별과 관련되어 14개 영역에 걸쳐 포괄적인 규정을 담고 있어 이미 복지부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고, 법사위 의원을 통해 발의키로 했다.

김광이 장추련 법제정부위원장은 장애인차별 시정을 위한 과제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인권의식을 키우기 위한 의무화된 교육, 정규적인 캠페인, 다양한 홍보전략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기존 법들의 보완, 정책의 변화 △차별을 막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구제기구 △당사자의 적극적인 활동과 당사자 목소리에 대한 사회적 성찰 등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좌혜경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이제 장차법을 사회적 이슈화해서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해야하는 작업이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며 "장차법 투쟁을 통해 장애인차별 문제가 일개인에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밝혀내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장애인 차별 문제를 풀어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이 법안은 무리한 요구하나 없는 너무도 현실적인 법안인 것 같다"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타협의 여지를 줄 수 있어야 하나 이 법안은 최소한의 요구를 마련하는 등 입법전술·전략적으로 봤을 때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경하 기자 lkhpress@bokjinews.com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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