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여성의 문제는 장애문제+여성문제가 아니라 '장애문제×여성문제의 형태로 이중적 차별구조가 존재한다."
"장애인이 문제인가! 장애물이 문제인가! 장애는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환경 속에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국회에서는 장애인 교육을 비롯한 복지제도, 건강권 문제, 장애여성문제 등 장애인복지정책 전반을 놓고 이들 분야의 전문가 7인을 초청한 가운데 공청회를 열렸다.

2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장애인복지정책 전문가 공청회에서는 7인의 전문가들이 각 분야별 장애정책에 대한 제언을 쏟아냈다. <사진 최경훈 기자>

4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는 각 분야별 전문가가 참석해 나름의 심층적인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며 장애정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인 반면, 이날 행사를 주최한 국회 장애인특별위원회 위원들의 경우 대부분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 겸직으로 같은 시대간에 벌어지고 있는 예·결산회의에 참석, 공청회 참석률이 저조해 씁쓸함을 남겼다.

이날 우주형 나사렛대 교수(인간재활학)는 현행 장애인 복지제도와 소득보장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한 진술을 통해 "현행 장애인복지제도가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어 왔지만 새로운 욕구에 부응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때"라며 "특히 중증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한 자립생활지원과 소득보장제도는 핵심적 개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다양한 장애유형별 특성에 따른 지원방안도 다각도로 제도화돼야 할 것을 주장하며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제도 △장애인개념규정과 장애인등록제도 개선 △독립된 장애인위원회 설치 및 전달체계개선 △장애인 소득보장제도 △장애인 주택보급의 실효성 강화 △장애인보조기구업체의 육성 및 연구지원 등을 주장했다.

강위영 대구대 교수(직업재활학)는 중증(발달)장애인 고용을 위한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상당수의 중증장애인은 실업 및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다"며 "개인의 특성을 직무과업, 난이도, 과업의 수, 유연성, 판단기회의 유무, 환경요인 등의 직무특성과 적절히 연결하고 직무조정, 보조도구의 이용 등과 같은 지원이 제공된다면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고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어 중등학교 이후 교육, 직업훈련, 지원고용을 포함하는 통합형태의 고용, 평생교육, 성인교육, 성인서비스, 독립생활 혹은 지역사회 참여 등의 종합적인 활동인 '전환서비스 프로그램'의 확대를 고용을 위한 지원방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이와 함께 지원고용 프로그램의 개선, 직무지도원의 제도적 양성, 보호고용 시설의 확대, 학교-지역사회 여러 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절실함을 주장했다.

김용욱 국립특수교육원 원장은 장애유아교육부터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직업 및 평생교육, 특수교육 등 크게 6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정책 및 사업별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또한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 있고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기 위해서는 일부의 주장이나 의견에 의해 즉흥적으로 결정되거나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결정되기 보다는 특수교육 현장으로부터의 의견수렴, 사전조사 등 숙성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되는 것이 정도인 것 같다"며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장애정책을 비판했다.

국회 장애인특위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 주최가 되는 대부분의 위원들이 결참, 공청회 의미를 무색케했다. <사진 최경훈 기자>

김완호 국립재활원 재활의학과장은 장애인 보건의료체계 구축방안으로 권역별 재활전문병원 설치를 제안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재활병상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대부분 3차 병원의 재활의학과 병상이기 때문에 초기 재활치료 후 지속적 재활을 위한 전문재활병원의 설치가 필요함에 기인한다.

이 밖에서 공공부분의 장애인 진료 활성화, 민간 의료기관의 재활의료 활성화, 장애인 의료보장 지원, 재활의료 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조정 협의체 구성 및 장애인 주치의제도 도입, 재활의료관련 법안 정비 및 제도개선 등을 제시했다.

건국대 강병근 교수(건축학)는 "장애인 등에게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편의시설 중 의무시설의 설치에 따라 법정의무시설 설치율이 전국 평균 90%를 넘고 있다"면서 "그러나 높은 설치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등의 실질적인 편의 증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국내 실정에 부적절한 편의시설과 이해부족 등으로 인한 설치 잘못 등이 오히려 더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강 교수는 △장애인·노인 주거에 관한 규정 추가 △볼라드 설치기준 제정 및 상세표준도 개발필요 △이용률 확보위주의 정책 전환 △지하철승강기서치, 저상버스 도입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 △장애물없는 건축물 인증제도 △특별수송체계 운영현황과 과제 △편의시설의 연계성위주로 평가와 조사를 위한 법률보완 및 정책개발 등을 시급한 제도의 개선방안으로 내놓았다.

춘해대 이경희 교수(사회복지학)는 장애와 여성의 이중적 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여성정책에 대한 현 정부 정책의 부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에는 여성장애인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확보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여성장애인들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여성장애인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여성장애인의 고령화에 대한 대응태세를 갖추는 것"이라며 "여성과 고령, 장애 문제를 총괄적으로 계획하고 관련 부처들의 조정을 전담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부인과적 대책 수립과 출산과 육아 및 가사에 대한 지원체계 확보, 가정폭력·성폭력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경하 기자 lkhpres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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