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장애인들이 물고를 튼 사회복지서비스신청권 운동이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당사자 차원에서 확산돼야 한다는 과제가 제시됐다.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전담교수는 지난 29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기대효과와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을 행사한 탈시설 장애인들을 통해 사회복지서비스를 권리로서 신청하고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토록 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조항이 햇빛을 보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신청권 취지를 살리기 위해 신청권 운동 활성화, 공급자 중심의 '자판기식'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수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2003년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는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시군구에 신청하면 이들 지자체가 신청자의 개별화된 복지욕구조사, 보호계획 수립, 서비스연계 및 지원, 사례관리 등을 실시토록 하고 있다.

윤국진, 황인현 씨 등 세 명의 시설거주장애인은 사회복지사업법 사회복지서비스신청권 조항에 따라 시설보호에서 자립생활 지원으로 서비스 내용을 변경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해 달라고 각각 음성군청, 양천구청에 신청했으나 이를 거부당했다.

이들이 제기한 거부처분취소청구소송 결과 양천구청에 승소했으나, 음성군청에는 패소하는 등 엇갈린 판결을 받았으며 윤국진 씨의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민간에서 주거지원 등 받았으나 승소한 황인현 씨는 아직까지 양천구청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숙경 교수는 "결국 이들 장애인들에 대해 시군구의 행정적 절차 실시되지 않았다"며 그는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사회복지서비스를 권리로서 신청하면 욕구를 사정하고 연계, 지원한다는 취지가 실현됐다면 그야말로 복지국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이들은 서비스 신청제도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지자체 공무원들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며 "필요에 의해 서비스 지원받기 보다는 기초수급권, 활동보조서비스 등 기존에 실시되고 있는 서비스수급을 위해 장애등급, 소득기준 등 선정기준에 따라 해당여부를 판정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여전히 복지서비스 신청권자를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지역 내 복지서비스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 실시되고 있는 복지서비스만 안내, 제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그간의 사례관리 필요성 제기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시군구청에 사회서비스연계팀을 도입토록 했다"며 "이를 토대로 욕구사정, 서비스연계, 사례관리 등 요구를 제기하면서 전달체계 갖춰 나가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당사자 중심의 신청권 운동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복지서비스에 대한 낮은 권리의식과 공급자 중심의 선별적 복지담론에 대한 아래로부터 문제제기와 점검, 요구를 통해 권리 차원의 맞춤형 복지전달체계 확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서비스제공자인 민간기관 뒤에 숨어 모니터링, 사례관리 등 사회복지서비스 공공성 담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가 신청권 조항의 핵심전달체계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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