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 팔달구 한 아파트에서 김 모씨와 부인 박 모씨, 중학생 초등학생 두 아들 등 일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중학생인 큰아들이 학교에 며칠 째 나오지 않는다는 신고에 따라 이들의 집을 수색한 결과 연탄을 피운 흔적과 유서를 발견했다. 김씨는 월세 70만원 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었으나 몇 달 째 집세를 내지 못하는 등 최근 형편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동반자살이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사회구조적 문제에 따라 경제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지망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지난 12일 프란체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아동청소년의 사회적 타살을 막기 위한 열린 포럼’에서 “생활고에 의한 가족동반자살의 경우, IMF이후 심각한 발생빈도를 나타냈지만 최근 들어서도 줄어들지 않고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 원인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점,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사회적 지지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 등 개인적 차원의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로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미숙 배재대 미디어정보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신문기사를 분석한 결과 1997년 28건(전체 자살건수 47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가족동반자살건수는 2000년 들어 14건(24건)으로 감소했으나 2004년 다시 26건(41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원인별 자살현황'에 따르면 빈곤으로 인한 자살자는 2007년 64명에서 2009년 151명으로 늘었으며 사업실패로 인한 자살도 같은기간 59명에서 138명으로 2배이상 증가했다.

이태수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IMF를 거치면서 자유경쟁과 시장화, 노동유연화 등으로 사회가 재구조화되는 가운데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 심화, 가족 기능의 저하, 생활상의 불안정 등이 중첩되면서 개인 및 가구의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극한점을 향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소득 자영업자, 실직자, 비정규직 근로자 등 1039만명이 저소득과 실직을 배회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최저생계비 이하 계층에 대한 잔여적 복지와 중산층을 중심으로 4대보험을 가동할 뿐 차상위, 저소득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광범위한 복지사각지대에는 일정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지 않은 채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사회지출비의 GDP 비중은 2007년 OECD평균이 19.8%인데 비해 8.1%에 불과하며 가족 지지정책에 투여되는 사회지출 역시 OECD의 GDP 평균값이 2.4%인데 비해 0.2%에 그치며 현금급여나 세제지원은 거의 없고 약간의 서비스급여만 있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사회적 타살을 막기 위해 인간을 위한 성장, 생명존중 등 기조가 확립돼야 한다”며 “광범위한 사회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보험, 사회수당, 사회복지서비스 등 충실화 및 확대 ▲사회적 일자리창출을 통한 노동시장 확대 ▲전 국민을 위한 보편적 복지체계 강구 ▲복지재정의 과감한 확보 등 제시했다.

한편 이날 이미숙 교수는 “고질적인 가족주의에 의해 자녀의 생명마저도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는 부모들에 의해 아이들이 가족동반자살이라는 이름으로 살해당하고 있다”며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녀를 인정해야 한다. 물질만능과 경쟁주의로부터 인간과 생명존중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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