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교사였던 조선족 엄마는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남편은 경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데다 벌써 재혼이었고 무엇보다 알콜 중독과 가정폭력이 심했다.

그녀는 친딸뿐만 아니라 전처의 아이들과도 사이가 좋았지만 그것도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방을 얻을 돈을 마련할 수 있을 때까지 잠시 아이들 곁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성인인 이복형제들이 있었지만 초등학생인 그녀의 딸은 거의 홀로 남겨지게 됐다.

주말에는 그녀가 데려오지만 주중에는 학교가 끝나면 빈집을 홀로 지키며 돌아오지 않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리운 형제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이의 몫이 됐다.

얼마 전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게 된 한 아이의 처지다.

센터의 한 중학교 남학생이 자기는 엄마하고 살고 있는데 최근 엄마가 자주 새벽까지 집에 안 들어온다고 울상을 짓자 이 아이는 나는 혼자 살 때도 많거든 하며 아예 말머리를 잘라 버린다.

이런 아이들이 센터에 오면 우선 먹는 것에 허겁지겁한다.

소위 결식아동 급식비로 이런 아동과 청소년들의 급식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부터 시작해 거의 내내 먹을 것을 조르는 아이들이 있다.

아침부터 제대로 식사를 못한 상황에서 학교 수업이 끝나고 긴장이 풀리면 허전하고 늘어진 마음에 먹을 것을 요란하게 찾아대는 모양이다.

결식아동의 급식을 지원하는 아동급식지원사업은 지방이양사업이다.

국가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지방정부가 자체 재정으로 여력이 닿는 만큼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2009년에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국가가 한시적으로 지원을 한 바 있지만 한시적 지원이었단 이유로 2010년에는 절반으로 2011년에는 아예 예산 항목조차 삭제된 바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부족한 예산을 메우는 방법은 급식단가를 낮게 책정하거나 식사수를 줄이고 지원대상자 폭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가능한 예산 내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 결과 대부분 급식사업을 수행하는 지역아동센터들은 학기중과 방학중 배고픈 아이들을 먹이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급식비를 아예 지원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지원받는 등의 상황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지자체에서 중앙정부의 책임을 지방으로 돌리면서 지방재정 부담이 늘어나 지방분권이 핵심인 지방자치의 의미까지 퇴색되고 있다며,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국비 보조율을 80%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또한 노인, 장애인, 정신요양시설, 아동급식, 아동시설 운영, 재가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회관 운영 등의 업무를 중앙정부가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초 결식아동들의 급식비가 중앙예산에서 아예 사라진 것을 규탄하는 시민사회계의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아름다운 재단에서 시민들의 힘으로 결식아동의 급식을 지원하자는 호소에는 단 두 달 만에 3억여 원이 모일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때 많은 분들이 여름방학이 되기 전까지 최소한 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를 열망하였다.

아무리 가정이 어렵더라도 학교와 지역사회가 최소한 두 끼의 밥이라도 아이들에게 먹을 수 있도록 하여 어른의 도리를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고대한 것이다.

그러나 여름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6월 민생예산 추경을 기대했지만 불발됐고, 중앙정부는 별다른 언급조차 없다.

어른들이 이런저런 일로 바쁠 때 아이들에게는 덥고 배고픈 시절이 슬그머니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밥 먹는 것까지도 태어난 시도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세태에 대해, 가난한 부모들에게 최소한 아이들의 기본 복지를 위해서라면 이왕 힘든 것 기왕이면 수도권에 가서 살아야한다고 권고라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 밥을 먹이는 것은 어른들의 기본 도리이므로 국가가 필요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지방정부에 슬그머니 책임을 떠밀지 말고 국고지원 사업으로 환원해 아이들이 태어난 시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마음편히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올 여름 무더위가 심하다는데 아이들이 굶어가며 더위와 싸우게 해서는 안된다.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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