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던 한 청각장애인이 경찰의 폭행으로 결국 사망에 이르렀으나 검찰과 법원이 처벌수위 낮추기에만 급급해 벌금형 처벌로 확정된 데 이어 손해배상도 축소되자 장애계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청각장애 2급 박모 씨는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탔다가 기사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자 남대문경찰서를 찾았다.

박 씨는 당시 당직 중이던 강모 경장에게 ‘죄송합니다’ ‘택시’ ‘중계동’ 등이 적힌 메모를 전달했으나 강 경장은 박 씨가 취해서 행패를 부린다고 판단, 문 밖으로 밀쳐 냈고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진 박 씨를 폭행한 뒤 그대로 돌아갔다.

박씨는 40분 정도 방치됐다가 인근 지구대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에 빠졌고 지난 해 6월 사망했다.

지난 17일 서울고법 민사7부는 박씨의 유족들이 경찰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에서 1심에서 판결한 1억7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이나 축소, 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사망하게 된 경위, 강씨가 경찰로서 보호의무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볼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에 앞서 1심 형사재판부는 징역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벌금 700만원만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 후 박 씨가 사망했음에도 불구, 상해치사로 공소변경을 하지 않고 상해죄를 유지했으며 2심 판결에 항소도 하지 않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벌금 700만원으로 확정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경찰의 폭행에 의해 사망한 장애인사건을 벌금형으로 처리하고 불과 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등 가볍게 생각하고 봐주기식 판결을 한 것은 사법부의 인권에 대한 인식박약을 나타낸 것이고 힘 있는 자 편에서 행정처리라는 업무로만 판단한 것이 분명하다”며 “이런 사법부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장총련은 “약자는 항상 당해야 하는 세상 속에서 사법기관이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부패한 사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는 사법기관의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명시하고 있지만 사법기관에 의한 장애인차별 문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경찰이 장애 인권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비극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법기관 직원에 대한 인권교육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민중의 지팡이로서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지켜주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약자를 무시하고 폭행을 휘둘렀다”며 “경찰을 폭행한 경우에는 처벌 강화하면서 반대 경우는 감싸주기로 일관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검찰, 누구를 위한 법원인가”고 비난했다.

박영신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