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의 관심속에 내달 1일 오픈을 앞두고 있는 청계천이 400만 장애인에게는 차별의 천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이유인즉, 우리나라 국민이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청계천임에도 불구하고 보행통로가 겨우 2명이 걸어갈 수 있도록 좁디좁고, 더욱이 통로 한 가운데에는 가로수들을 심어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길이 좁다보니 점자블록을 설치할 엄두도 못낸다.

장애인이동권연대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31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청계천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사진 최경훈 기자>

이 같은 이유로 장애인들이 또다시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거리로 나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는 8월 31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청계천 거리행진'의 시작을 알리고 청계천을 '차별천'으로 선포했다.

이날 연대회의는 청계천을 차별천으로 선포하고 한 줄로 정열, 청계1가에서부터 청계천변을 따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무려 4시간 동안의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가두행진을 벌이며 일반 시민에게 청계천이 장애인의 접근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알려내고, 더불어 장차법 제정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려 줄 것을 호소했다.

가두행진에 앞서 진행된 사전집회에서 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이명박 서울 시장의 야심찬 계획 속에 수 천억을 퍼부어 복원한 청계천이 장애인의 접근권을 배제하고 있다"며 "청계천 복원사업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고 장애인을 배제하는 명백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더 이상 정부에 구걸하지 않을 것을 것"이라며 "앞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곳에는 행동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장애인도 지나가기 힘든 청계천변.  <사진 최경훈 기자>

장차법제정투쟁연대 김광이 사무국장은 "청계천로의 차별 등을 없애려면 장차법 제정 투쟁의 불길을 일으키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며 "그러나 법만 제정된다고 해도 소용없다. 이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 또한 뒷 따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영희 공동대표는 "매달 1회 진행하던 버스타기 운동이 41회로 끝을 맺고 난 이후 또다른 차별 앞에 우리는 거리로 나왔다"면서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지었다는 청계천의 현실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라며 반문했다.

그는 또 "오늘 만들어진 청계천에는 장애인이 존재하지 않고, 비장애인만 있다"며 "가로수와 좁은 인도길은 운전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장애인은 다닐 엄두도 못낼 일"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덧붙여 "후대 장애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장애인이 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연대는 앞으로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을 ‘장애인차별철폐 행동의 날’로 정하고,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청계1가에서부터 마로니에 공원까지 이어진 가두행진에서는 교통마비를 탓하며장애인들의 시위를 힐난하기도 했다.

이경하 기자 lkhpres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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