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KBS에서 열린 'KBS 장애인앵커 위촉식'에서 장애인앵커로 선발된 이창훈(오른쪽) 씨가 뉴스 진행 시연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직 프리랜서로서 향후 진로에 대한 보장이 없어 장애인에 대한 선긋기는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는 25일 ‘장애인앵커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창훈 씨가 KBS의 장애인앵커 공개채용에서 523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 3개월간 실무교육을 거친 후 오는 9월부터 뉴스프로그램 일부 코너 진행을 맡아 시청자 앞에 서게 된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 4월19일 ‘장애인과 동행선언’ 행사에서 장애인앵커 채용계획을 밝혔으며 지난 6월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실기테스트와 최종면접을 거쳐 이창훈 씨를 앵커로 선발했다.

이창훈 씨는 점자정보단말기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뉴스 원고를 일반 진행자와 같이 읽어냈으며 점자원고 역시 무리 없이 소화해 내 실기전형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창훈 씨는 “어릴 때부터 시각을 잃은 대신 발달한 청각, 기억력으로 주변의 말을 듣고 따라 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2007년 시각장애인 인터넷방송에서 뉴스와 인터뷰 등 진행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긍정적 영향에 대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KBS 장애인앵커 공채 공고를 보고 새롭게 도전해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됐다"며 “장애를 극복했다는 동정어린 시선이 아닌, 능력과 열정 있는 앵커로서 인정받겠다. 생동감 있고 편안하게 진행하는 앵커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씨는 생후 7개월 때 앓은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고 8살 때 고향인 경남 진주를 떠나 서울 한빛맹학교에 입학했으며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 학사와 숭실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를 받았다.

지난 2007년부터 시각장애인인터넷방송을 진행해 왔으며, KBS ‘사랑의 가족’ EBS ‘죽마고우’ 등 다수의 방송출연 경력도 갖고 있다.

임흥순 보도국 과학.재난 부장은 “선발 과정에서 이창훈 씨의 앵커로서 자질과 안목 뿐 아니라 무엇보다 도전정신과 발전가능성, 자신감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평가했다. 

임 부장은 “이창훈 씨는 프리랜서 자격으로 1년간 일하게 될 것”이라며 “더 많은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앞으로 매년 장애인앵커 선발과정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앵커 기용 아직 첫 시도단계”라며 “장애인앵커 계약연장, 정규직화 등 향후 진로는 많은 논의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장애인 불모지였던 지상파 뉴스진행에 과감히 장애인앵커를 기용한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그러나 KBS 또한 여전히 장애인을 특별대우(?)하면서 기회를 준다는 데 의의를 두자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장애인도 능력, 자격에 따라 동등하게 지위와 역할 부여받아야 하지 않겠나”며 “이창훈 씨의 경우 신입 직원으로 입사해도 손색이 없는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1년 만에 다른 장애인에 기회 주기 위해 그만 둬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장애인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김인규 KBS 사장은 위촉식에서 “인구의 10%에 이르는 장애인이 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자 의무”라며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실천적인 활동을 통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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