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마라톤대회 관계공무원의 장애인차별 발언 관련, 공식사과를 요구해 온 장애인단체가 급기야 1인시위에 돌입하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사과를 거부했던 시가 억지사과를 한 데 대해 일각에서 공무원들의 장애인인식이 열악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말 10명의 휠체어장애인들은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참가를 위해 참가신청을 냈다.

그러나 행사 이틀 전 “안전상 문제로 휠체어 장애인들의 참가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결국 4월10일 행사당일 참가를 거부당했다.

이에 대해 대구장애인연맹 등 42개단위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4월20일 참가거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문제는 그 다음날인 21일 발생했다.

방송국 인터뷰에서 대구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지원단의 한 공무원이 “대한민국의 마라톤은 정상인 사람들이 뛰는 걸로 되어 있다”며 “다음 대회 때에는 휠체어는 (마라톤대회 참가)대상이 아니라고 표기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

연대는 즉각 논평을 내고 공무원의 ‘정상인’ 발언과 관련 장애인당사자들에게 공식사과할 것을 시에 요구했다.

이어 5월초 지원단장과의 면담을 가졌으나 “큰 문제 안 되는 일로 왜 그러냐”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얼마 후 열린 부시장과의 지역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육성완 대구장애인연맹 대표가 이 문제를 제기하자 부시장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확인 후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연대는 6월말 시로부터 받은 공문에 “10km코스부터 장애인참가 허용하겠다”, “관계공무원 징계하겠다”는 답변 외에 사과에 대한 언급이 없자, 세계육상선수권조직위원회에 8월1일부터 27일까지 집회신고를 냈다.

시는 집회신고 3일 만인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국제마라톤대회 당시 교통소통과 대회 안전을 이유로 휠체어 장애인들의 참가를 불허한 것과 ‘정상인’ 발언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이 발언은 시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발언으로 유감”이라며 사과입장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개최되는 국제마라톤 대회 뿐 아니라 시와 시 체육회 등에서 주관하는 각종 체육행사에 희망하는 장애인들의 참여를 적극 보장하도록 하는 등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장애인 체육행사 참여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대구장애인연맹 한 관계자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시의 공식사과 의의있다”면서 “두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정성을 갖고 다각도로 고민,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계 한 관계자는 “연대의 거듭된 집회와 면담 가운데서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던 시가 전체 육상계로 문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해 알량하게 억지사과를 한 데 불과하다”며 “공무원들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위해 선두에 나서야 할 공무원조직이 장애인을 먼저 배제, 분리, 거부하고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나”며 “생색내기용 사과에 그치지 말고 공무원 전체가 대대적인 반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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