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수용 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았던 여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법원판결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2008년 8월15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체포된 이들 여성들은 유치장 안에서 브레지어를 벗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자의적인 공권력 남용이라며 각 600만원씩 총 24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장을 10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이들은 신체검사 직후 경찰의 규정상 브래지어를 벗어야 한다는 강요에 따라 체포시한인 48시간 가까이 브래지어를 벗은 채 유치장에서 생활해야 했다.

여성 경찰이 유치장 내 탈의실 밖에서 근처에 있던 남성 경찰이나 남성 유치인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해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또한 얇은 티셔츠를 입고 물대포를 맞아 완전히 젖었는데도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 조사에 응해야 했다.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공공연하게 브래지어를 벗는 경험을 하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성적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꼈고 이를 극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허윤정(법무법인 GL) 변호사는 “경찰은 브래지어가 자살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며 “그러나 구치소 등 구금시설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한 경우는 없었고 2003년 이후 국내 구치소·교도소는 물론이고 유치장에서도 브래지어를 이용해 자살을 하거나 타인을 위해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던 점을 볼 때 경찰의 주장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경미한 범죄로 연행된 사람들로 자살 또는 자해의 동기나 가능성이 없는데도 자살 방지라는 목적으로 행해진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며 위법,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경찰청 훈령인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은 유치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혁대, 넥타이, 금속물 등 물건을 경찰이 보관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호송규칙에 대해 “경찰청장이 관련 행정기관 및 그 직원에 대해 그 직무권한행사의 지침을 발한 행정조직 내부의 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고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진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따른 처분이 당연히 적법한 처분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허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경찰이 재량권을 남용해 자의적으로 호송규칙을 확대 해석해 기본권을 침해한 위법한 직무행위”라며 “이번 소송을 통해 경찰의 위법,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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