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동생의 사망보험금 전액을 기부한 3남매의 사연이 알려져 주위의 눈시울을 붉혔다.

2009년 10월 루마니아 산업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추락사 한 故서근원씨(당시 40세, 사진)의 유족인 서명자(여, 54, 울산광역시 동구 일산동), 서필여(여, 49), 서정운(남, 46)씨 3남매가 16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막내 동생의 사망보험금 2억2720만원을 기부했다.

고인의 큰 누님 서명자 씨는 지난 13일 보건복지부로 편지를 보내 기부 의사를 밝혔고, 16일 공동모금회 중앙회에 동생의 이름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전달해왔다.

서명자 씨는 복지부에 보낸 편지에서 “사망보험금을 이번에 다 받게 돼 기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처럼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 중 돈이 없어 병을 못 고치거나 장애를 안고 어렵게 사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기부 동기를 밝혔다.

서명자 씨는 16일 공동모금회 담당자와의 통화에서“우리 4남매는 어려서 아버지도 일찍 여의고 어머님과 함께 서로 의지하면서 어렵지만 행복하게 살아왔다. 2003년 어머님이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판정을 받고 5년 3개월 병원에 누워 계시다가 2008년 돌아가셨고, 결혼도 안 하고 일만 열심히 하고 살았던 순하고 착하던 막내 동생이 이역만리 먼 땅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 추석을 딱 하루 앞둔 2009년 10월 2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남겨진 우리들에게 너무나 큰 아픔의 시간이었다”라고 사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경제적으로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동생의 생명과 같은 소중한 돈을 형편이 어려워 힘들어 하는 이웃들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나누는 것을 하늘나라에 있는 동생도 좋아할 것 같아 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형 정운 씨도“동생은 어려서부터 순하고 착해서 형이나 누나들 말을 잘 따랐다. 커서도 우리뿐만 아니라 조카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밝은 사람이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동생을 제대로 보살펴 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크다. 누님들과 동생의 장례를 치르기 전부터 어렵고 힘들지만 동생처럼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시는 이웃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었다”고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서명자 씨 남매의 뜻대로 기부금을 故 서근원 씨의 명의로 기금화해 장애와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지원할 계획이다.

[편지 전문]

존경하는 보건복지부 장관님!

바쁘신 업무에 수고가 많습니다.

글을 드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간단하게나마 사연을 전해드리면서 동생의 넋을 위로하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에 기탁하는 이 성금은 2009년 10월 2일 추석 전날 해외 루마니아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다 추락하여 사망한 막내 동생 서근원의 사망보험금입니다.

저희 남매는 너무나 가슴 아픈 돈을 쓸 수 없기에 본인 서명자, 동생 서필여, 서정운과 마음이 일치되어 이 소중한 돈을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 중 돈이 없어 병을 못 고치고 불의에 장애를 안고 어렵게 사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부합니다. 사랑하는 소중한 동생의 생명입니다. 좋은 일에 사용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희 어머님도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판정을 받고 5년 3개월 병원에 누워 계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긴 병원생활은 돈이나 가족 모두에게 큰 고통이었습니다. 동생은 저희 남매 중 제일 부족한테도 우리에게나 조카들에게 늘 베풀려고 하고 그런 동생을 잃은 저희 삼남매는 아직도 현실처럼 믿기지 않고 살아가기가 힘이 듭니다. 동생의 아픔은 평생 저희가 가슴에 묻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동생의 넋을 위로하며 동생이 편안하게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우리 남은 형제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불쌍하고 착한 동생이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길 바라며, 이 세상을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행복한 세상의 주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게 느껴지시겠지만 사랑하는 소중한 동생의 생명입니다. 좋은 일에 사용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을 쓰는 저희는 가슴이 자꾸 메이기에 이만 펜을 놓을까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으신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2011년 8월 13일

동생을 사랑하는 삼남매 드립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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