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임박하면서 무상급식 논쟁이 국민적 차원으로 가열되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총력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여야당 투표독려-거부를 둘러싼 공방전이 거세진 데다 학계, 시민단체들도 가세해 결사적으로 배수진을 치며 국민양분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

한나라당은 주민투표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19일 투표 거부 운동을 펴고 있는 민주당과 서울시교육청의 행태를 비판하며 오 시장 총력지원 행보를 이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1인 팻말홍보 중지 명령을 내린 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서울시 선관위가 오세훈 시장에게 1인 홍보 중지를 요청하고, 통상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에게 보내던 투표안내 가정통신문을 투표 독려처럼 비쳐질 수 있다며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단순히 투표일을 알리는 것인데 서울시 선관위가 정치적으로 판단해 무리하게 해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시 선관위는 지난 17일 오시장의 1인 팻말홍보가 계속 되면 주민투표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중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오는 23일부터 1박2일간 초·중·고교 교장 등 270명을 데리고 강원도로 단체연수를 간다"며 "이는 시민들의 기본권 행사를 무시하는 행위로, 교육감이 투표를 원천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서울을 떠나있게 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서울시 선관위가 중지시켜야 할 것은 투표를 원천적으로 못하게 하는 행위가 아니냐"며 "교육감의 지위를 남용해 일선 학교 교장들이 기본권 행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데 대한 책임있는 당국의 유권해석을 바란다"고 요구했다.

대학생들도 "전면 무상급식은 결국 대학생의 빚"이라며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바른사회대학생연합은 19일부터 대학생들의 무상급식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에 돌입했다. 

바사연은 “이번 투표는 작게는 서울시민,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복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중요한 갈림길”이라며 "유리할 땐 투표를 독려하고 불리할 땐 투표를 거부하는 투표거부운동 세력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전면 무상급식에 따른 천문학적인 빚더미를 짊어져야 할 대학생들이 앞장서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19일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완성”이라고 강조하며 국회 최고위원 회의장의 배경을 '우리 아이를 위해 나쁜 투표를 거부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그림으로 교체했다.

손학규 대표는 “한 사람의 정치적 야욕 때문에 동심에 상처주고 우리 사회를 차별사회로 만들어선 안된다”며 “더군다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차별급식 투표 독려에 나섰는데 결코 있어선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오 시장이 원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초등학교 1~4학년은 급식비를 과반 이상 납부해야 한다. 무상급식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세무서에서 소득증명서, 다른 표현으로 가난증명서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인권적이며 반교육적인 차별급식을 반대하고 ‘나쁜 투표’를 거부하는 교수연구자 일동'은 16일 “오세훈 시장의 차별적 급식은 부자 아이와 가난한 아이를 편 가르고, 가난한 아이를 주눅이 들게 하고 낙인 찍는 반교육적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주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 제도 본연의 취지를 훼손한 관제투표이며,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 검증과정에서 대리서명, 허위서명 등 조직적인 불법의 증거도 다양하게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시장은 서울시 청사건립에 3000억,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4200억, 한강르네상스에 5400억원 등 토건 사업에 수조원을 써 감사원으로부터 수천억원의 예산낭비를 지적받았으며 서울시 재정위기를 초래했다. 한강르네상스는 꼭 필요한가”며 “학생들의 안전한 먹을거리와 평등한 교육을 위한 예산은 695억 원에 지나지 않는데 못 하겠다고 버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또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은 인권의 문제”라며 인권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국제인권규범 중 가장 중요한 조약의 하나인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에는 초등교육은 무상교육으로 실시해야 하며, 중등교육, 심지어 고등교육까지도 무상교육을 점진적으로 도입하여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석회의는 “학생들을 소득을 기준으로 상위 50%, 하위 50%로 나누겠다는 오 시장의 주장을 행정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인권적․교육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안”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오는 24일 치러지며 잠정 투표권자는 838만7281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3분의 1(279만5761명)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수의 과반이 찬성해야 주민투표 안건이 통과된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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