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거주시설은 가정기능을 대리할 수 있는, 즉 집과 같은 소규모 주거공간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주최로 23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장애인주거시설 국외 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장애인복지시설은 집과 같은 공간이 돼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용득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혼자 살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장애인의 경우 원래의 가정기능을 장단기적으로 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것이 거주시설서비스의 목표로 설정돼야 한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거주시설서비스가 재구조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나라 제도상 시설은 근원적으로 집과 같은 공간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에 따르면 1인당 거실면적은 가구 점유면적을 합산해 3.3㎡ 이상이면 된다. 방에는 성인의 경우 8명까지 공동으로 생활 수 있다”면서 “가정과는 판이하며 정확히 시설적인 방식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집과 같은 주거공간의 원칙에 따라 시설규모도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영국과 일본의 경우 신규시설의 정원은 20인 이하로 제한돼 있다. 단, 일본은 예외적으로 해당지역의 거주서비스 공급량이 계획에서 정하는 바에 미치지 못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30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영국은 일본과 공통적으로 직원의 근무 집단의 단위, 식사단위, 공동시설 이용 단위 당 인원이 10명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3월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장애인복지시설을 선택할 때 장애인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또 거주시설의 정원은 30명을 초과할 수 없다.

시설 이용자의 사생활 및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의 최저기준을 마련하고 장애인복지실시기관은 서비스의 최저기준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시설 운영자는 최저기준 이상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

천노엘 무지개공동체 대표는 “거주시설은 현재의 운영 형태를 정리하고 소규모화된 그룹홈, 케어홈, 단기일시 케어홈, 거주홈 지원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자립생활, 그룹홈 등이 효율과 매뉴얼대로 운영된다고 해도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외로운 생활을 할 것이라고 추정된다”며 “지역사회 내에서 여러 편의, 문화, 종교 등의 시설을 잘 이용하며 살 수 있도록 정서적인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라우곳 찌비히 독일 Hangweide 시설장은 “독일은 다른 사람과 똑 같은 장애인의 거주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대규모시설이 소규모 시설로 다수변화 했다”고 밝혔다.

트라우곳 시설장에 따르면 독일의 시설들은 광범위하게 정상적인 거주지로서의 외관을 갖추어야 한다. 새로 건축된 시설들은 14~16㎡에 달하며, 모든 법적으로 1인실에는 개별목욕실을 설치해야 한다. 시설들은 기본적으로 거주지역 인근에 위치해야 하며, 지역주민들과의 원활한 접촉이 가능해야 한다. 한 지역에 100명 이상의 시설을 세워서는 안된다.

일본 칸노 동경학예대학 교육실천연구지원센터 교수는 “일본은 지역생활지원이나 취업지원을 위한 사업과 중증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창설돼 있다”면서 “아울러 주간활동과 생활의 장소를 분리함에 따라 서비스를 조합해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취업지원을 강화하고, 지급결정의 프로세스를 명확화.투명화 했으며, 인정적인 재원을 확보해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현미 영국 양평 슈타이너 학교 교사는 “장애인 공동체 생활거주지인 캠프힐에서 구성의 기본단위는 가정생활 공통체”라고 역설했다.

그는 “가정생활 공동체는 다양한 장애와 다양한 연령의 장애인들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온 코워커들이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 같은 공간 안에서 생활하면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는 장애인들은 각자의 방과 욕실이 딸린 작은 원룸이 잇는 집에서 생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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