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접한 조손가정의 중학교 3학년 지연이는 죄송스러움에 하루 빨리 돈을 벌어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효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한층 더 간절하다.

강지연(가명․96년생) 양은 조부모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지연 양은 돈이 없으면 배우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또래 친구들 보다 더 빨리 알아버린 ‘중3 가장’이다. 조부모에 대한 효심이 남다른 지연양은 최근 할머니에게 자주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겠다고 말한다.

부모의 가출은 지연이를 어른 아닌 어른으로 만들어 버렸고, 손녀의 학부모가 된 병든 조부모는 돈 없는 서러움을 손녀에게까지 물려주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지연양의 바람은 하루 빨리 취직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또는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조부모에게 맡겨진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5년 3만 5000여 가구이던 조손가정의 수가, 올해는 6만 9000여 가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손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0만원이 채 안되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가구도 전체의 3분의 2나 된다.

어린이재단에서는 현재 7600여명의 조손가정에 매월 6억여 원, 올 1월부터 7월까지는 46억여 원을 지원했고, 조부모와 아동의 의사소통 및 친밀감을 높이는 관계증진 프로그램, 캠프 및 상담 진행,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부모 이해 프로그램, 도시락 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6만이 넘는 조손가정의 고충을 우리가 십시일반 나누어 갖기에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많다. 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한 복지관의 경우도 조손가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는 경우는 전체 수요자의 2.4%에 그친다.

어린이재단 측은 부모도 힘들다는 자녀양육의 고통과 여러 질환에 시달리는 조부모들은 가장 힘든 경제적 문제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어린이재단에서는 계속 늘고 있는 조손가정에 지원을 꾸준히 할 계획이고, 현재 해외 아동의 후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관심이 덜한 국내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관심과 나눔이 이 끊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칠 계획이다.

[어린이재단 제공]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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