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소비적인 것”마인드 바꿔야 

우리나라 평균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8% 수준으로 OECD평균(20%)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OECD 평균 장애인예산은 국가예산의 2.5%를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0.28%에 불과하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실업 및 일자리 대책, 기초생활보장 확대, 장애인 지원 등 국민들의 복지욕구의 양적, 질적 기대는 급증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복지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계층에게만 제한적으로 기능하면 되며 부자감세로 소비투자를 활성화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복지재정 연평균 증가율을 참여정부 10.1%에서 6%로 줄였다.

이에 대해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와 국회가 복지를 성장의 반대개념, 즉 소비적이고 되도록 줄여야 할 것으로 보는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복지는 저소득층 뿐 아니라 노인, 어린이 등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 과 관련된 국가의 책무다. 심지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탄탄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며 “복지와 경제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경수 한국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예산 확충 방안으로 ▲소득세 면제점 인하, 간이과세제도 폐지 등 공평과세 구현 ▲법인세 및 소득세, 부동산세 등 세율 조정 ▲SOC 투자 축소, 낭비재원 차단 등 세출 누수 방지 및 세출 절약 ▲소득역진적인 다양한 비과세 감면제도 개편 등 조세감면 축소 ▲저출산·고령화 및 사회양극화 해소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세 도입 등 제시했다.

입법시스템 개편 추진해야

입법과정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여당의 독주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조한진 교수는 정부가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정부 입법권이 없으며 국회만 입법할 수 있다.

그는 “공무원은 선출직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에 비해 국민의 소리에 덜 민감하며 행정편의주의에 빠지기 쉽다”며 “기재부와 예산논의 시, 복지와 인권의 문제를 오히려 효율성 측면에서 설명하는 것은 큰 문제다. 복지부가 오히려 복지마인드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권인희 서강대 법학박사는 “장애인 관련법 제정과 이에 대한 집행 등을 장애인복지에 대한 철학과 정체성도 부족하고 힘도 약한 일개 부처만 관여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장애인문제 관할하는 초(超)부처적인 조직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종 올바른사람들 대표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대신 당리당략만 우선하는 태도 바꾸기 위해 공천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천제도 때문에 밀실에서 실력자들이 결정되니 국회의원들은 당리당략대로 움직여야 한다. 자율권이 없다”며 “아래를 쳐다보는 훈련이 안 돼 유권자들 무서워할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박은수 민주당 의원은 국회 내 장애인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결의문을 9월 초 제출할 예정이다.

장애인특별위원회는 복지, 고용, 교육 등 각 분야에 체계 없이 흩어져있는 장애인정책들에 대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고 실효성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국회 차원에서 장애인 정책을 깊이있게 연구, 논의하는 장이 마련될 것이며 이는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장애인정책 확립에 기여할 것이다.

장애계 법제정운동, 연대·협력으로 힘 키워야

장애계의 법제정운동에 있어 연대와 협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당시 범장애계 차원에서 협력했으나 최근엔 한 단체가 법제정운동을 주도하면 다른 단체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다른 입장을 내는 등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는 게 학계의 견해다.

이렇다 보니 복지부도 장애단체가 의견을 내놔도 “장애계 내 다른 의견도 있다”며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결국 복지부 마음대로 의사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장애계가 아직까지 법제정만 주도할 뿐 국회 내 법제정과정까지 힘을 행사할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 내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 등 법안 심의과정에서 관계의원들을 설득하고 관심을 유발해 국회와 정부, 국회의원들 간 법안을 둘러싼 ‘거래’에서 장애계 요구가 수용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좀 더 세련되고 실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법제정운동이 필요하다.

또한 법제정 이후 실행 과정에서 정부의 집행과정 뿐 아니라 사법부의 판결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규모와 체계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장애계가 협력, 단결해야 함은 물론 전문가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역량과 포용력, 뚜렷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최광은 사회당 정책위원장은 “장애인 당사자들부터 장애운동을 결코 양보, 유보할 수 없는 인권, 권리 확보를 위한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세계의 장애학, 장애인정책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 뿐 아니라 우리나라 도입에 대한 연구 또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제도가 지향하는 최종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한 단계 한 단계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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