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접하게 된 장애인관련 잡지에 한 중증장애인의 평생 소원이 '총각딱지를 떼는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다. 지방에 사는 그는 이동권의 제약과 장애 때문에 48살이 되도록 이성과의 교제를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중증장애인으로 돈 30만원을 들고 집창촌(일명 사창가)를 찾아가지만 '당신 같은 장애인이랑은 돈을 줘도 싫다'며 거절당하죠. 그때 저는 거절을 당했다는 사실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성욕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한 잡지에서 읽은 중증장애인의 얘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다큐 '핑크 팰리스'서동일 감독. 그로부터 3년 후 서 감독은 다큐멘터리 '핑크 팰리스(Pink Palace)'시사회를 열었다. 주제는 물론 중증장애인도 성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 지난 7일과 9일 양일 간의 시사회를 마친 서 감독을 직접 만나봤다. 

서동일 감독

- 다큐 '핑크 팰리스' 구성과 기획 의도를 말해달라.
"저도 그랬지만 대개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은 성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도 똑같이 성욕을 느끼고, 이들을 위한 제도나 성기구 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80분가량의 다큐는 그동안 장애인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들은 수백 개의 인터뷰 중 선별한 인터뷰와 저에게 충격을 주었던 주인공(극중 동수아저씨)을 중심으로 잡았습니다."

- 많은 이들의 인터뷰 장면이 있는데, 성에 대해 솔직한 대답을 이끌어 내기까지 어렵지 않았나.
"나 또한 시작하기 전에는 그것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게 접근한 것 같다. 인터뷰에 응해준 장애인 대부분 솔직하게 대답해 줬다. 아마도 그만큼 많은 장애인들이 '성'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다큐 '핑크 팰리스'는 제작사 이름과 동일하다. 무슨 뜻인가.
"핑크 팰리스는 호주에 있는 지역이름으로 중증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성매매업소들이 들어선 곳이다. 여기에는 휠체어 장애인도 편리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출구 내 경사로와 좌식 샤워기 등을 구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다면 어떨까'하는 것에서 착안해 다큐 제목으로 삼았다."

- 우리나라에도 '핑크 팰리스'가 있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건 아니다. 다만 장애인도 성욕이 있고 이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호주의 경우 핑크 팰리스는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렇듯 핑크 팰리스도 있을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돼야 우리나라도 국가가 나서서 중증장애인도 성을 누릴 수 있는 제도나 기구 등을 개발할 것 아닌가."

- 중증장애인이 성에 접근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고 느꼈는지 궁금하다.
"이동권이다. 밖으로 나와야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할텐데 중증장애인은 일단 집밖을 나오기가 쉽지 않다. 다큐에서 보듯 충남 예산에 사는 '동수아저씨'는 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오기 위해 집에서 예산역까지 전동휠체어를 타고 목숨을 건 여정을 감행해야한다. 먼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사회가 조성돼야할 것 같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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