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에 사는 최동수(48)씨는 중증장애로 집밖 외출이 어렵다. 당연히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어 이성 교제를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그의 평생 소원은 '총각딱지' 떼는 것.
어느 날 최씨는 장애 수당으로 받은 돈을 차곡차곡 모아 30만원을 들고 서울 청량리 부근의 성매매 업소를 찾아갔다. 그러나 "당신 같은 장애인이랑은 돈을 줘도 싫다"는 답변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서 감독은 장애인 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동수씨가 성매매 업소를 기웃거리는 장면을 엔딩으로 삼았

 

한 중증장애인의 소망을 이야기하며 시작되는 다큐 '핑크팰리스'는 우리나라에서 중증장애인은 왜 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지, 중증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성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장애인의 인터뷰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결혼 생활에 있어서 성관계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확인하게 해주죠. 성관계 없는 부부생활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나 할까요. 우리 부부는 척수장애로 성관계에 있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서로를 느껴요. 단순히 성관계보다는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한 척수장애인 부부는 둘만이 아는 방법으로 성관계에서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성관계를 할 때 인기척을 들을 수 없어 불안하다는 청각장애 부부의 인터뷰도 이어진다.

미혼의 뇌성마비 장애인 A씨는 비장애 여성과의 교제 경험 이야기를 털어놨다.

"처음 만날 때는 좋았죠. 그런데 점차 시간이 흘러 관계가 깊어지고 결혼이야기가 나오니까 여자가 더 이상 못 만나겠다고 말하더군요. 집요하게 이유를 물었어요. 결국은 장애 때문이었어요. 그녀도 나중에는 솔직하게 말하더군요. 처음에는 콩깍지가 씌워서 몰랐는데 장애로 인한 불편, 감수해야하는 문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요."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의 '솔직한 고백'에 이어 다큐 '핑크 팰리스'는 처음 이야기의 주인공 최동수씨가 왜 마흔 여덟이 되도록 이성 교제 한번 제대로 못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산역에 도착한 동수씨가 화장실에서 10시간 동안 충전을 해야 서울역까지 갈 수 있다.

충남 예산이 집인 동수씨는 친구를 만나러 서울로 오기 위해 목숨을 건 긴 여정을 떠난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예산역까지 3시간 가량 도로를 달리다 보면  뒤에서 갑자기 돌진하는 승용차와 충돌할 뻔 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예산역 화장실에서 전동휠체어를 충전해야 기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3시간을 꼬박 달려온 동수씨는 밧데리가 다 된 전동휠체어를 타고 밤새 10시간을 충전한 뒤 다음 날 아침 서울행 기차를 탄다. 기차를 내려서도 콜택시를 부르고 다시 친구집까지 찾아간 그는 친구에게 "반갑다"는 인사도 하기 힘들만큼 기력이 빠진다.

동수씨가 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가기 위해서는 차도를 달리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거쳐야한다.

그러나 그는 "그나마 전동휠체어가 생겨 이렇게 세상구경도 하게 됐다. 내 나이 44살에 전동휠체어를 처음 갖게 돼 외출을 하게 되면서 사람도 만나고 이성도 사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품게 됐다. 그 전에는 사실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가 혈기 왕성했던 시절에 전동휠체어를 가졌으면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 이성도 만나고 소원도 풀었을 텐데…"라며 웃었다.

동수씨는 다른 중증 재가 장애인의 성에 대한 생각과 해소할 수 없는 성욕에 대해 '처절히'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그의 평생소원을 풀기 위해 성매매 업소를 기웃거리는 그의 뒷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지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