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자격열풍

경기도 사회복지직공무원 고영윤

요즘처럼 사회복지사가 인기가 높은 적도 드문 것 같다. 최근 중앙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0년 유망직종에 사회복지관련 직종이 높은 순위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신문기사로 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복지관련 직종의 연봉 순위도 법률 및 공공서비스, 경영․금융 및 기획 관련직, 의료 및 보건 관련직, 전자 및 정보통신 관련직에 이어 5위를 기록한다고 조사됐다고 한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사회복지계 대선배들에 비하자면 보잘 것 없는 경력이지만, 내가 대학입시를 치룰 당시만 해도 사회복지 관련 학과는 그다지 인기 있는 과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졸업 후 복지관등 사회복지기관에 취업을 해야 하는데 사회복지관이라는 곳의 급여가 일반 사업장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낮을 뿐만 아니라 업무 자체도 매우 힘들기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화이트칼라로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고상하게 서류작성 하며 머리를 써야 하는 것이 정석처럼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허나 사회복지 기관에서의 근무는 화이트칼라이면서도 머리는 물론 손, 발, 가슴까지 써야 하는 직종이었다. 물론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어떠한 소명과 가치관이 뚜렷한 선배 및 동기생들도 많아 나름대로 관심분야의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자원봉사 활동도 열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졸업을 하고 취업을 준비할 때는 급여의 많고 적음보다는 사회복지계에서 일을 할 건지 말건지가 더 중요한 사항이었다. 대학 졸업반때는 동기들과 고민에 찬 얼굴로 ‘너 전공을 살릴거니, 말거니?’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다.

이렇게 홀대받던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이제는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디지털대학이라는 곳에서 출석을 안 한 사람, 시험을 치루지 않은 사람 등 부적격자에게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남발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또한 편법으로 짧은 시간 안에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과목을 이수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
준다고 하니 더더욱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복지에 대한 거창한 소명이나 가치관이 없다 하더라도 단순 구직을 위해 편법적으로 자격 취득을 한다는 것이 사회복지계 종사자들에게는 분노할 일이다. 게다가 요즘은 젊은이들의 취업난 때문인지 대학생들이 복수전공으로 사회복지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어문학계열 다음 순위라고 한다.

복수전공을 하는 만큼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 많아서 졸업이 1~2년이 늦어지기도 한다는데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자격증 취득을 한다고 하니 이를 두고 일종의 ‘몸값 올리기’라고 평가할 정도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1,800명 사회복지직 증원과 관련하여 시 ․ 도별로 시험일정이 잡혀지면서 노량진 학원가 사회복지직9급 시험 대비반에 수강생이 몰린다고 한다.

이를 반증하듯이 유명 쇼핑몰에는 사회복지직 기출문제집이나 사회복지직 9급 시험 문제집이 베스트셀러 아닌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본격적으로 대량 선발하기 시작한 2000년도 이후 한 교수님은 졸업예정자들이 복지관등 사회복지 기관에 취업할 생각을 하지 않고 모두들 사회복지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며 시험 공고만 기다리며 취업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답답한 일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공무원 조직에서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공무원들이 속속 늘고 있다. 사회복지 관련 부서에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사회복지 자격증 취득을 결심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취득하기 어렵지 않아 보여서 취득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출석이나 시험에서 좀 쉬워보이는 디지털대학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반가운 일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인기 있다’는 반증이므로.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알아줬으면 한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복지사가 전문가인가? 라는 내외부의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이는 전문직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전문성을 담보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과 같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몇 년 전 과감하게 사회복지 1급 자격증 국가고시를 시행하면서 대대적인 수술을 가해 왔다. 결코 기존의 위치를 고집하지 않았으며 우리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하여 감내했다.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기의 밑바탕에 우리는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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