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먹고 싶다고 졸라대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고기를 훔치다 잡힌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기근과 굶주림으로 고생하는 저 먼 아프리카의 이야기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북한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면 1960년대 잘먹고 잘살아보자 허리띠를 졸라매던 그 시절의 옛날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올해 추석을 하루 앞두고 자녀들에게 먹이려고 대형마트에서 삼겹살을 훔치다 경찰에게 붙잡힌 30대 주부의 이야기다.

더 정확하게는 지난 11일 두 아이의 어머니인 강 모씨(35)가 남편의 사업 실패로 생활고를 겪던 중 아이들이 먹고 싶다던 삼겹살을 가방에 훔쳐 나오다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단 말이야 하고 쉽사리 믿어지지가 않는다. 정말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나, 혹은 그렇게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한참을 맴돌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남이 먹는 것들, 남이 가진 것, 남이 누리는 것들 때문에 칭얼거릴 때 그것을 들어줄 수 없는 어미의 절망감’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삼겹살이 아닌 다른 것일 뿐, 나의 자식들도 늘 그것이 갖고 싶고, 먹고 싶고, 입고 싶고, 가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다만 그 어머니보다는 덜 간절했기에 그저 아이들에게 면박을 주고 큰 소리로 꾸짖는 것으로 일을 해결해왔을 뿐이다. ‘네가 지금 제 정신이냐고, 그런 게 우리 형편에 가당키나 하냐고, 집안 사정이 어떤 줄 알면서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소리 소리를 질러대고 아이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아이들이 그런 것을 원한다고 철딱서니가 없다고 몰아 부치고, 사정을 뻔히 알면서 공연히 부아를 긁어놓으려고 저런 소리를 한다며 아이를 배려심 없는 형편없는 사람으로 몰아세워 왔다. 나도 그런 어머니일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의 것 이상은 절대 원해서는 안된다. 어느 정도 이상은 절대 아파서도 안된다. 어느 정도 이상은 절대 나이를 먹어서도 안된다. 그 어느 정도가 차츰차츰 온 몸을 죄어오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오늘 하루가 끝나가는 것을 감사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그런 어머니들이 사는 나라다. 소박한 삶을 보장할 작은 일자리마저 찾기가 너무 어려운 나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도움조차 잘 주어지지 않는 나라,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고 낳고나면 나 몰라라 하는 그런 나라에 우리 어머니들이 살고 있다.

우리 지역아동센터들은 그런 가난하고 힘겨운 어머니들의 마음이 모여서 만들어진 곳이다. 내 살점이라도 떼서 먹이고 싶은 그 마음들이 모여 이 작은 보금자리들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다시금 가난하고 젊은 엄마가 홀로 괴로운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깊은 회한이 밀려온다. 아직은 충분히 이런 어머니들의 친정 구실을 못하는 지역아동센터의 부족함이 뼈에 사무친다. 홀로 긴 밤 아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 숨 짓고 있을 그 부모들의 든든한 기댈 언덕이 되어주지 못해 죄스럽다. 온 마음을 다해 그 어머니 그리고 그런 어머니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간절하게 외치고 싶다

어머니!

우리도 언제나 누군가의 어머니고 아버지인 심정으로 동네마다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잠시 당신이 삶의 무게로 힘겹고 자신보다 아이들의 처지가 안쓰러울 때 저희 지역아동센터를 찾아주십시오. 우리 모두가 최소한 해가 떨어지면 작은 방에 식구들이 한데 모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지키고 있습니다. 당신이 험한 세상에 나가 힘껏 자기 몫의 인생을 열심히 살 수 있도록 당신을 도와 함께 아이들을 열심히 돌보겠습니다.

너무도 죄송합니다.

당신이 홀로 세상에 절망하게 내버려두어 미안합니다. 당신 아이의 울음을 당신 혼자서만 괴롭게 듣게 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우리 모두의 아이이기도 한 그 아이의 소박한 바램을 차마 알지도 못한 것 너무 잘못했습니다. 

어머니! 

차마 자신의 신변이 알려질까 두려워 주변의 도움을 거절한 당신의 뜻에는 다시금 자식들의 마음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앞섰을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집 아이가 우리 모두의 아이가 되는 그 날이 오면 어머니의 염려가 조금은 놓이겠지요. 그런 날이 하루 속히 올 수 있도록 우리 지역아동센터들도 작은 힘을 다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어머니! 

자식을 향한 안타까움에 온몸과 마음이 떨려 오는 어머니가 사시는 그 나라에 작은 지역아동센터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작은 힘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있습니다. 어머니가 사시는 그 나라에는….

성태숙 (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김인수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