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가 장애아동 성폭력 처벌을 강화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여야 등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장애아동에 대한 성범죄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도가니방지법’ 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청각장애 학교에서 발생한 학교장과 교사 등에 의한 성폭력과 학대, 법정비리, 제도적 모순 등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장애아동성폭력, 처벌수위에 대한 비난 등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여야가 앞 다투어 장애아동 성폭력범죄 처벌를 강화하겠다며 나서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광주 모 학교법인의 폭력사건과 아동장애인에 대한 성범죄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면서 "성폭력 범죄가 친고죄로 돼 있어 (가해자가) 고소된 이후에도 피해자를 압박해 합의를 받아내면 풀려나거나 처벌이 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수희 의원은 사회복지법인에서 수용자 학대, 인권 유린 등 불법 행위 발생 시 시설장 교체, 재단 폐쇄, 보조금 환수 등 내용을 담은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또한 박민식 의원도 미성년자 성폭력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등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을 제출할 예정이다.

민주당 또한 최영희 의원이 지난 해 10월 발의한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법안은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항거불능 조항을 엄격히 적용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 낮추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거불능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도 함께 장애학생들이 다니는 전국의 특수학교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교과부는 기숙사가 설치된 특수학교 41곳을 대상으로 학교 교사 및 교직원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한 사례가 없었는지, 학생들이 지적 수준이 낮은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피해를 받는 일은 없었는지 등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도 NGO와 언론, 학계가 참여하는 '사회복지 투명성 및 인권강솨위원회'를 구성해 장애인시설 가운데 미신고시설, 개인운영시설  119개 등에 대해 우선적으로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광주경찰청 또한 이날부터 영화 도가니의 실제 장소인 광주인화학교에 대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경찰관 5명, 광주경찰청 소속 성폭력전문수사관 10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구성, 추가범죄 등 여부를 밝혀낼 방침이다.

특별수사팀은 범죄혐의가 확인된 사실 이외의 추가 피해사실이 있는지, 관할 행정당국의 관리 감독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인화학교 법인 운영 관련 비리 등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이 없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한 장애인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친고죄 폐지, 항거불능 조항 삭제 등 지난 10년 동안 장애인성폭력상담소들이 해내지 못했던 일을 영화 한 편이 이뤄가고 있다”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줘서 너무 반갑고 고마우면서도 정치권, 정부 등이 진작 관심 가져줬으면 하는 씁쓸함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도가니가 일으킨 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이 한 순간의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며 “성폭력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및 지원책 마련과 성폭력피해자 후속조치 추진 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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