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최근에는 단연 소설과 영화 ‘도가니’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광주의 인화학교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들 작품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장애 아동에게 자행된 끔찍한 성폭행과 그것을 제대로 단죄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공분을 불러 일으켜 온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외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제대로 보호할 수도 없고 표현할 수도 없는 장애 아동들이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들에게 수년째 유린을 당해왔고, 공소시효와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교사로 여전히 근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인화학교에 대한 재조사를 비롯하여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아동성폭행 사건에 대한 근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근본책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나영이 아빠’께서 벌이고 계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한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 성범죄 사건은 단순한 범죄 행위가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범죄 행위이고, 더욱이 아동의 특성상 가해자의 위협으로 수년씩 범죄 사실이 은폐될 수도 있음을 고려해보면 참으로 마땅하고 필요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인화학교 사건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당시의 재판부들 역시 언론을 통해 개인적으로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당시만 해도 아동 성범죄가 친고죄로 되어 있어, 2심 판결 직전 피해보상을 통한 합의가 이루어진 바람에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가해자들에게 감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단순한 분노를 넘어서 가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근본적인 면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쏟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나홀로 아동들과 저소득 취약가정의 아동들을 돌보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이런 국민적 관심이 아동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동성폭력 대책 마련을 위해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아동 중 30% 정도가 방과후 아무런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들 아동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형편 역시 사실이다.

물론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겠지만, 그 전에라도 법률 개정이나 제도 정비를 통해 아동 보호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면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특히 아동이나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약자나 소수권자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반드시 가해자를 붙잡아 그 책임을 묻고 단죄하겠다는 엄정한 법적 의지를 밝혀야 한다. 아동과 장애인에게 엄포를 놓아 일정 기간 동안만 입을 다물게 하면 된다는 식의 빠져나갈 구멍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언제라도 용기를 내어 가해자의 처벌을 원할 때 사회가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정의의 기반을 마련해주길 국민들은 원하는 것이다.

딸자식의 아픔을 지켜보고 있을 ‘나영이 아빠’의 심정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아픔을 승화시켜 다시는 우리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우리 모두가 함께 마련해나가자고 노력하시는 그 분의 깊은 뜻에 고개 숙여 큰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지역아동센터들은 아동을 보호해왔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는 것이 현재의 솔직한 심정이다. 좀 더 아동 보호를 위한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각성이 아프게 우리들을 채찍질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들은 ‘나영이 아빠’가 벌이고 있는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운동에 적극 동의하며, 온 국민들이 이를 위해 법률 개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함께 요청 드리는 바이다. 아동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당장에 취해야 할 것을 간청한다. 힘겹고 어려운 어른들의 삶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우리의 어린 영혼들이 더 이상 상처받고 좌절하지 않도록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당장에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 우리 지역아동센터들은 온 힘을 모을 것이다. 아동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미래와 우리의 희망을 보호하는 일이다. 미룰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무엇을 위해서 우리의 희망과 미래를 외면할 것인가?

전국의 4000여 지역아동센터와 그 종사자들 및 학부모들은 한 마음으로 외친다.

‘우리의 아이들이 태어나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그것이 국가가 지금 해야 할 제일의 책무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