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도가니 방지대책이 과대포장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일 국무총리실과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발표한 ‘장애인대상 성폭력범죄 대책’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친고죄를 폐지하고 항거불능을 요하지 않는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정부는 ▲강간죄 법정형을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강화 ▲성폭력 교직원 임용결격․당연퇴직 사유를 현행 ‘금고 이상’에서 ‘벌금형’으로 확대 ▲‘법률조력인’제도 도입, 수화가능 전문인력 지원▲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등 피해자 상담․치료전문기관 단계적 확충 ▲사회복지법인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공익이사제 도입, 사회복지시설 정보공개 의무화 등 발표했다.

이에 대해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10일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장애인대상 성범죄가 ‘친고죄’로 돼 있는데 이 법조항을 정부가 폐지하겠다는 것이 된다”며 “그러나 지난 1994년 ‘성폭력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정 시부터 장애인성폭력범죄에 대해 고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비친고죄’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최영희 의원이 법무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지 않은 장애인대상 성범죄의 경우 형법상 ‘심신미약자에 대한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 등 적용, 기소하게 되는데 이 형법 조항이 ‘친고죄’로 돼 있다.

이에 정부는 성폭력처벌특례법 6조에 대해 ‘장애인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등 조항을 신설해 형법을 적용하지 않고도 기소․처벌할 수 있도록 한 의원입법안 통과를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최영희 의원은 “형법 조항은 놔두고 성폭력처벌특례법을 통해 친고죄를 폐지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형법상 성폭력범죄의 친고죄를 폐지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민심을 잠시 달래고자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형법상 성폭력범죄에 대해 친고죄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2008년 제출한 ‘형법 개정안’이 3년이 넘도록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친고죄의 문제점에 대한 법무부의 진정성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주요대책의 내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성계와 장애계가 끈질기게 요구해 온 정책과제들”이라며 “장애인성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한 실질적인 법제정이나 개정, 제도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정부의 의지를 담은 근본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폭력특례법과 형법 적용 시 비친고죄와 친고죄가 애매하게 혼재돼 있는 상황에서 친고죄 폐지, 성폭력특례법 제6조 ‘항거불능’의 삭제, 공소시효 폐지와 아울러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실제적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인화학교사건해결과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위한도가니대책위원회’는 11일 “이번 대책은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부정과 비리 그리고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며 근본적인 해결방안이기 보다는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기됐던 대책들을 총망라한 땜질처방이자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뒷북처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족벌운영체제, 장애수당 갈취, 후원금 착복, (성)폭력 및 가혹행위, 시설거주인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부재와 방임․방치 등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부정과 비리 그리고 인권침해 사건은 지역, 시설규모 등 상관 없이 보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도덕한 인면수심의 한 개인이나 법인 및 시설의 단순범죄로 모는 ‘솎아내기식’ 처방으로는 사회복지사업법이 지닌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결함과 제약으로 인한 ‘시설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제는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에 가깝게 판을 갈아엎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독교계의 반발에도 정부여당이 공익이사제 도입 등 초지일관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주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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