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

9월 14일 드디어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 국회에 입성했다. 거의 4년 동안의 숱한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쳐 드디어 국회 입법발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장애인복지법 제4조 2항에 의하면 ‘장애인은 국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기타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정책은 이러한 이념적 지향성보다는 말 그대로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혜적 관점에서는 장애인을 ‘일반인들이 충분히 행하는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없게 만드는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바라본다.
따라서 장애인은 일반인과 차이가 있는 다른 그룹으로 취급되고 장애인에게는 일반인과 다른 처우가 행해진다.

이 같은 입장에서는 장애인은 항상 객체이다. 왜냐하면 장애인은 ‘보호’받아야 할 취약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정책이 권리보다는 시혜적 관점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장애인은 수많은 영역에서 차별당하고 있다.
장애인의 약85%가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장애인의 실업률은 약 28.4%에 이르고 있어, 전체 실업률에 비해 6.8배나 높은 수준이고 특수교육 수혜율은 2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가구는 전셋집을 구하기도 힘들며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죽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와 같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장애인 차별을 방지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 중 가장 정점에 있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크게 네 가지가 규정되어야 한다. 첫째,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정의이다. 차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모두 장애로 규정되어야 한다. 의학적인 기준이 아니라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조건 때문에 차별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으로 규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차별에 대한 정의이다. 합리적인 이유없이 장애인을 장애가 없는 자와 구별하여 명백하게 다르게 취급하는 행위(직접적 차별: 예를 들어 장애를 이유로 취업을 거부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상이한 취급을 하지 않지만 합리적인 이유없이 장애가 없는 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결과적으로 그 장애인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하는 행위(간접적 차별: 예를 들어 취업기준으로 일정한 시력을 요구하는 행위)를 비롯해 장애인에 대하여 적절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행위(예를 들어 음성서비스가 되지 않는 관공서의 홈페이지) 등은 모두 차별로 정의되어야 한다.

셋째, 효과적인 권리구제 수단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규정한 권리구제 수단 이외에 차별에 대해 즉각적인 시정을 할 수 있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나 제 3자가 다시는 같은 행위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막대한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넷째, 효과적인 권리구제 기구이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은 장애인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위하여 힘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위원회는 그 독립성과 객관적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조직되어야 할 것이며 장애인 당사자의 경험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과반수 이상은 장애인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의 접근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역별로도 지부가 설치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미국의 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1990)를 필두로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 홍콩 등 약 40여개 국가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 두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에서도 곧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시혜에서 인권으로’라는 슬로건하에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권리찾기에 나서고 있으며 권리찾기의 핵심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동철(동의대 사회복지학과)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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