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에게 영어능력시험 점수기준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적용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차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A주식회사가 대졸신입사원 채용 시 중증의 청각장애인에게 영어능력시험 점수 기준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적용한 데 대해 장애인 간접차별로 판단,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용시험제도의 개선과 함께 인사업무 관련 직원들에 대한 장애인차별예방교육을 실시할 것을 최근 권고했다.

중증 청각장애인 진정인 B씨는 “A회사가 2010년도 상반기 대졸신입사원 채용 시 응시자의 지원자격 중 영어능력시험 점수 기준을 정하면서 중증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똑같이 정하고 있다”며 지난 해 8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회사는 2010년도 상반기 채용공고에서 기술개발·운용·관리 분야에서 일할 신입사원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격 중 하나로 TOEIC 600점과 TEPS 480점 이상의 영어능력시험점수를 요구하면서 해당 직무 수행상 일정한 수준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채용분야 핵심업무는 IT사업 등의 기획 및 서비스 발굴, 신기술 개발, 네트워크 및 시스템의 운영이고, 영어로의 의사소통은 부가적 업무라는 점 ▲모집대상을 이공계열 전공자로 하고 있고 근무지가 국내라는 점 ▲비장애인들에게 듣기능력에 대한 차별화된 시험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해당 직무 수행에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본질적으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TOIEC 또는 TEPS시험에서 듣기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50%~40% 정도이며 중증의 청각장애인의 경우 독해(읽기)시험을 만점을 맞는다고 가정하더라도 A기업이 정한 점수를 취득하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응시자격으로 청각장애인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정하지 않고 건청인과 동일한 점수를 합격 기준으로 정한 것은 중증의 청각장애인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2008년부터 국가공무원 5급 행정직·기술직·외무직 임용시험제도에서 비장애인에게 적용하는 영어능력시험 점수 기준의 약 50~66%에 해당하는 점수를 청각장애인의 지원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기술분야 및 연구개발직 모집 시 중증의 청각장애인에 대해 건청인과 다른 별도의 영어능력시험 합격점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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