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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문제 '채찍'도 좋지만…성문화부터 바꿔야홍성수 교수, '작은 것들의 정치' 복원 주장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상담사례 분석 토론회
박영신 기자 | 승인 2011.11.08 18:09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정책 뿐 아니라 폭력적, 차별적인 성인식과 성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선미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8일 인권위에서 열린 ‘2006~2010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상담사례분석 토론회’에서 “여론의 분노에 기반한 아동·장애인 성폭력을 중심으로 한 강경처벌 위주의 대책은 성폭력 근본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채 정치권의 생색내기나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형량 강화, 전자발찌제도, 유전자감식정보, 성범죄 약물치료 등 성폭력 범죄를 성욕의 문제로만 생각하거나 가해자를 고립, 분리하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성폭력 발생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묻기보다는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밤길 통행에 덮어씌우고, 남성의 성욕을 ‘억제할 수 없는 본능’으로 규정하는 등 가해자에게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여성에게 정숙함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성적대상화하는 이중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 속에서 여성의 ‘NO’가 가부장적 시선으로 해석돼 성폭력 상황으로 이어지는 등 일상적으로 성폭력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성폭력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별적이지 않고 폭력적이지 않은 성인식을 키우는 체계적인 교육과 성문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교육이나 정책모니터링, 피해자 상담과 성폭력 사건 지원 등 통해 장기적으로 이뤄내야 할 문제지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 활동가는 "성폭력이 학교, 직장 등 지극히 일상적인 시공간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 주목되면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이들 집단의 역할이나 해결방법 등 문의가 늘고 있다"며 "집단 구성원 공동의 구체적인 지침 마련, 해결 등 과정을 거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내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는 최선책"이라고 덧붙였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처벌위주의 법 정책으로 인해 법이 여성을 성적대상화, 정복당하는 존재로 가두는 역할을 할 우려가 있다”며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자율적 주체임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교처분과 징역형 등 마무리된 고대 의대생 사건의 경우, 가해자를 처벌했을 뿐 이 문제가 우리 ‘내부’의 문제이고 우리 스스로 성찰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 했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등 공식적 국가권력을 통하지 않는 학교와 직장, 지역사회 등 공동체 중심의 ‘작은 것들의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 1990년대 중후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전개된 반성폭력 자치규약운동이 좋은 예”라며 “법적처벌의 대체가 아닌 보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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