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서 16일 ‘저출산·고령화와 사회갈등’ 세미나 개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일자리와 부양의무 등을 둘러싸고 세대간 및 집단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젊은층과 고령층의 세대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세대간 일자리경합론이 세대간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과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에 따른 내국인의 외국인혐오증과 내국인 및 외국인이 집단화 된 움직임으로 충돌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교수는 “청년층의 취업난과 ‘준비되지 않은’ 베이비붐세대가 은퇴를 맞이하게 돼 세대간 일자리 갈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세대간 직종분리, 학력분포, 선호 일자리 등을 고려했을 때 청년층-고령층간 일자리 경합보다는 상호 고용보완이 가능할 수 있으며, 오히려 세대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세대간 일자리경합론이 세대간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고령화 및 노동력부족, 고학력화 등에 따른 이주민 확대로 저숙련 외국인 노동력 유입 증가는 일자리 경합을 벌이는 저소득 내국인들의 불만표출 및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의 집단적 정서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단화된 움직임을 강화시켜 내국인-외국인 간 경제적, 문화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정주형 이민자(국제결혼이주, 북한 이탈주민 등)들의 경우 이들의 후속세대가 장차 노동시장에서 배제-차별-소외될 경우, 우리사회에 동화되지 못하는 이질적인 집단으로 남아 갈등 발생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고령화와 돌봄을 둘러싼 가족갈등, 길어진 노후와 성별간 갈등도 표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송다영 인천대학교 교수와 박종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족이 돌봄 및 부양의 일차적 단위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의 돌봄 요구와 자녀의 돌봄 의무감의 관계가 일상화될 경우 부양 부부간, 형제자매간, 부양자녀-피부양 부모 간 상호갈등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고령화로 인해 은퇴 부부가 함께 보내야 할 시간은 평균 30~40년으로 연장됐는데, 민주적 부부관계를 지향하는 여성과 달리 현실은 전통적 부부관계가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부부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부연구위원은 가족규모에 따른 과세 형평성 관련 갈등, 노후 자산 처분 및 상속을 둘러싼 갈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원하고 있는 다자녀가구에 대한 세제혜택은 미흡한 실정이며, 이로 인해 가구 형태별 평균 조세격차 역시 OECD국가 중 낮은 수준에 해당된다”며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 과세체계는 잠재적 사회갈등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후기산업사회 가족의 위기상황이 확대되면서, 출산과 자녀양육에 대한 가족책임의 피로감이 한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해석하고,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가족규모에 따른 과제형평성의 악화로 인한 사회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해 사후상속을 고려하는 부모세대와 사전상속을 기대하는 자녀세대 간 부모의 재산 활용과 상속분에 대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여기에 더해 상속-부양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소자녀화로 인해 부모의 재산 상속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이들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선업 고려대학교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세대갈등, 연금을 둘러싼 세대 형평성, 세대간 이념 대립 등을 지적했다.

김선업 교수는 “아직까지 연금 수급자 수가 많지 않고 여전히 가족의 세대 간 연대가 유지됨을 고려할 때, 연금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은 당장은 표출될 가능성이 적을 수 있으나, 향후 한정된 복지재정을 할당하는 과정에서는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고령자와 젊은 세대 간 이념대립과 정치적 지향에 따른 간격은 매우 분명하며 이는 갈등의 잠재적 토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문제는 이념이나 정치적 대립이 분배나 복지와 같은 정책 선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변화와 기존체계나 국가 수호와 안전과 같은 매우 규범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오히려 상호 이해와 타협을 어렵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고령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도 발견하기 어렵다. 정치적 갈등의 유발과 촉발은 젊은 세대로부터 출발하며 고령세대는 항상 방어적 스탠스를 유지한 채로 있다.

저출산과 가족형성과정에서의 갈등, 지역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간 갈등, 지역사회 내 내·외국인 간 및 외국인 간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소자녀화와 남아선호사상으로 출생성비 불균형, 출산율의 급감에 따른 남성과 그 파트너로서 약 3세 정도 젊은 여성 규모의 차이, 여성의 만혼화 경향 등 삼중현상으로 인해 ‘신부부족’이 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부부족 사태는 한계계층에 속한 농촌 또는 도시 주변에 거주하고 학력과 경제적 지위가 열악한 남성의 비자발적 미혼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범죄 발생 및 국제결혼증가에 따른 갈등 등이 유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농촌 및 소도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인구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구 유치를 위한 각종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책 중 일부는 다른 지자체의 인구를 소위 ‘빼오기’ 식으로 금전적인 보상액을 증액시켜 지자체 간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저출산으로 지역 내 절대적 인구가 감소함 동시에 외국인의 유입이 증가로 외국인 비중이 증가할 경우 내국인과 외국인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유입되는 외국인의 국적이나 인종의 다양화로 인해 외국인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는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저출산 및 길어진 노후에 따른 가족부문 갈등유형 중 ‘부모부양부담 갈등(77.0%)’, ‘남편돌봄부담 갈등(69.1%)’, ‘상속지연 갈등(63.9%)’ 등에 대한 국민의 동의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사회문화부문에 대해서는 ‘세대간 문화차이(83.6%)’, ‘신부부족(72.5%)’, ‘지자체간 인구유치경쟁(72.0%)’, ‘지역 내 외국인 비중 증가(71.3%)’, ‘노인세대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67.0%)’ 등의 순으로 갈등을 우려하고 있었다. 

일자리 부문의 갈등유형에서는 ‘고령자의 일자리 요구관련 정부와의 갈등(82.5%)’, ‘연령차별 갈등(79.5%)’, ‘내국인과 외국인 간 갈등(75.8%)’, ‘일자리를 둘러싼 고령자-청년층 간 갈등(71.4%)’ 순으로 국민의 동의정도가 높았다.

반면 사회보장부문의 갈등유형에서는 ‘자녀수에 따른 과세 등 형평성 문제관련 갈등(60.1%)’, ‘사회보장부담으로 인한 노동기피(41.5%)’로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의정도가 낮았다.

보사연은 “동의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부담을 둘러싸고 세대간 및 집단간 갈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내용은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공동으로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저출산·고령화와 사회갈등’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에서 발표된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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