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에 ‘나눔’이라는 단어가 마구잡이로 사용되고 있어 국민들이 나눔에 대해 피로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나눔 운동을 전국민적 운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가지고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함과 동시에 특정일을 나눔축제로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나눔국민운동본부가 17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1 대한민국나눔대축제 평가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한목소리로 올해 나눔대축제는 촉박한 시일로 인해 행사 준비단계부터 삐걱거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치러진 제2회 대한민국나눔대축제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4개권역에서 10월 8~9일 일제히 열렸다. 단, 광주는 인원동원을 고려해 다른 지역보다 하루 앞선 금요일인 7일에 개막해 8일 폐막했다.

최주환 한밭나눔대축제추진위원장(대전)은 “지나치게 촉박한 일정 때문에 추진위원회에서는 기획할 여유가 없어 시 공무원들이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시공무원 행사가 돼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나눔대축제 당일에 다른 행사들이 겹쳐 참여기관이나 참여단체가 부족해 서비스 제공기관들이 부스를 채우는 다소 엉뚱한 모양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원되고 급조된 행사는 준비하는 사람에게 부담은 물론 내용도 졸속을 면키 어렵다”면서 “시민적인 참여와 수렴과정 없이 한두번 만나 이 사업을 해치우듯이 추진하면 국민에게 나눔이라는 단어에 피로감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위원장은 “그렇지 않아도 곳곳에서 나눔이라는 단어가 마구잡이로 사용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 국민들은 이미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호들갑스런 행사보다는 경험하고 체험하고 감동을 나누는 행사가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치열한 준비가 필요하고, 행사는 이벤트 회사에 맡기기보다는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꾸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추진기구는 형식적인 기구가 아닌 실질적인 힘이 주어져야 하고, 추진기구에는 나눔대축제의 기본정신에 충실하고 나눔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돼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들이 참여하는 진정한 나눔의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능나눔, 노력나눔, 살림나눔, 건강나눔, 생활나눔, 기쁨나눔 등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나눔운동 프로그램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류성봉 광주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은 “지역민이 모두 함께 어울리는 나눔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영역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방정부가 적극 개입하면 다양한 사회단체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성주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은 “나눔확산을 위해 움직이는 다양한 조직 및 단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처장은 “그러나 이러한 조직들이 지역사회 내에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대한민국 최대의 나눔 축제를 기획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준비과정에서는 보름전 포스터와 리플릿 양식이 각 지역에 전달됐고 그렇다보니 다양한 사전홍보에 적절히 활용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축제행사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공감과 매력 요소를 가진 주제와 테마가 필요한데 짧은준비 시간으로 인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주제를 담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기획단계에서부터 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따른 홍보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처장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과정으로 축제를 준비한다면 아마도 힘들 것”이라면서 “시간과 예산, 준비과정에서의 소통구조 마련 등 진행상 문제보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보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팀장은 “축제에 참여한 홍보부스들은 자체 홍보에 열을 올리는 그쳐 참여기업간의 교류가 부재했다”며 “나눔기업간에 윈-윈 할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사 주최측인 나눔국민운동본부 김동흔 사무총장은 “나눔문화를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취지로 올해 전국 4개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했는데 축제참여 4개 지역의 동참여부가 너무 늦게 확정돼 행사에 어려움 초래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내년에는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지역 사정에 맞는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행사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혜성 보건복지부 나눔정책팀장은 “그동안 1, 2회 나눔대축제는 민간주도로 성공리에 운영됐다. 내년에는 6개 지역으로 확대하고 정부에서 예산을 확보해 나눔활성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팀장은 또 “국민이 주도하는 나눔대축제가 되도록 정부에도 법과 제도마련에 노력할 것”이라면서 “각 지역에서도 지역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류영수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나눔기획부장은 “사회복지는 휴먼 서비스다. 우리나라의 근대 이전의 사회복지는 환과고독노병의 클라이언트에게 사랑과 배려를 실천해왔으며 근대 이후의 사회복지까지 이어져 오는 사회서비스”라며 “올해 이처럼 짧은시간 내에 나눔대축제를 성공리에 개최한 것은 우리 국민의 휴먼 서비스에 대한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치하했다.

또 “사회복지정책이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통해 원활하게 전달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행정의 3대 원칙인 효율성, 효과성, 그리고 책임성이 필요하고 다양한 나눔정책이 실천 현장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지속성과 자발성이 부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과정 속에서 진정한 민, 관, 기업의 거버넌스 상호 협력체제가 잘 이뤄질 때 나눔대축제는 우리 국민 모두의 대축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부장은 특히 “현재 우리나라는 각 부처 간 나눔사업이 산재해 있어 나눔정책의 원활한 전달을 위해서는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며 “복지부의 나눔정책추진단을 나눔정책국으로 승격시켜 이를 관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나눔국민운동본부는 오는 12월 5일을 ‘제1회 나눔의 날’로 정하고 각 단체 및 기업들과 나눔실천 서약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 중으로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나눔단체 대표자 및 유관공무원 집담회를 열고 나눔 전국화를 논의할 계획이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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