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가슴 아픈 일이 많다.

 지난해 장롱 속에서 죽은 아이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처음에는 이 아이가 아사인가 병사인가로 왈가왈부 했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엔 이 아이의 어머니가 동사무소에 가서 자녀의 장애등록 절차를 문의하고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가정방문조차 하지 않았다는 조사결과가 언론에 보도됐다. 이와 함께 경찰에서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사실을 공개한다고 덧붙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아이의 어머니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둘 사이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서 사기가 꺾이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쌓여가는 수급 신청서와 보고해야할 서류들, 방문하는 민원인 처리 등 실로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게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처한 현실이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함께 많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선발되었고 읍.면.동에 배치 받았다. 물론 지역마다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이제는 인력이 부족하여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가 큰 만큼 우리 자신을 가다듬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공무원이라는 보수적인 조직 속에서 머물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공무원 조직은 사기업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진시켜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물론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직장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직장을 다니다 공무원이 된 나로서는 처음 공무원 조직에 들어왔을 때, 다른 직원들을 보며 ‘왜 이렇게 일을 안하나’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이제 ‘왜 나만 일하나’로 바뀌고 있다.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그만큼 침체된 조직인 것임은 틀림없다. 더욱이 휴먼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회복지직공무원들은 두말 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매너리즘과 소진이 같은 뜻은 아니지만, 그 결과는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된다. 지친 심신은 좋은 서비스를 생산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일수록 동료들 간에 이루어지는 업무연찬 등은 큰 힘이 될 것이다.

업무를 모르던 시절에는 지침을 찾고 선후배,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를 숙지하게 될수록 동료들 간의 논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케이스마다 적용되는 것이 다른 우리들의 업무는 업무연찬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속적인 업무연찬은 우리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미 선진외국에서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에게만 시험 자격을 주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사회복지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의 공무원들은 사회복지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멀지 않은 이야기 같다. 이럴 때일수록 전문성은 우리들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사항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활력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시에서는 올해 자활사업이 시작되기 전, 같은 사업단에서 3년 이상 일한 자활참여자와 차상위계층 등에 대하여 다른 사업단으로의 이전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 있는 참여자는 현실에 안주하여 진정한 자활사업 참여의 의미를 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더 이상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새로운 사람들의 참여로 자활사업 또한 활기를 찾아 더 좋은 생산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내가 일하는 동에서는 연초에 동장님과 함께 독거노인 가정방문을 할 예정이다. 최고관리자가 수급자들이 실제 생활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우리 업무를 이해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고관리자의 올바른 사회복지마인드는 수급자들에게 더 나은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큰 밑바탕이 된다. 사회복지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순수한 마음에서 하던 때는 지났다. 실시하는 기관과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얼마만큼의 이익과 효과를 누리냐는 것을 따져야 한다. 새해에는 더욱 활력 있고 깨어있는 사회복지가 이루어져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밝혀주는데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의 역할이 커지기를 기원한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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