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발표한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CD/ATM 설치표준’이 실제로는 공간재배치에 불과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0월31일 한국은행과 17개 시중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휠체어사용 장애인들이 금융자동화기기(CD/ATM)를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휠체어의 규격과 이동반경 등을 고려해 금융자동화기기 설치 대수, 기기 설치공간의 크기 및 기기조작 장치의 높이, 기기 간 칸막이 규격 등 정한 설치표준을 발표한 바 있다.

설치표준에 따르면 기기 설치공간의 크기는 휠체어 사용자를 마주보는 전면(前面) 접근 부스의 경우 가로 0.7m 세로 1.3m이며, 측면 접근 부스는 가로 1.3m 세로 0.7m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부스 숫자는 금융자동화기기가 10대 이하일 땐 1대 이상, 11∼20대일 때는 2대 이상, 21대 이상일 때는 3대 이상으로 정했다.

그러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이번 설치표준을 들여다보면 현재의 부스를 터서 두 개를 하나로 만드는 등 부스설치 공간만 확대하면 된다”며 “결국 휠체어가 자동화기기 부스 안에는 들어갈 수 있지만 장애인은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몸을 비틀어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장총은 “휠체어를 타고 정면에서 불편함 없이 사용하는 것이 차별 없는 서비스”라며 “부스를 넓히는, 모양만의 배려가 아닌 유니버셜디자인의 개념에 의거한 정면 CD/ATM을 설치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기생산업체들이 기기 개발 및 생산이 단기간 내 어려운 점 등 주장하고 있다.

장총은 “기기생산업체의 의지와 형편에 맞추려 한다면 장애인차별 개선 어렵다"며 “은행들은 장애인차별 해소에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금융기간은 2013년 4월까지 장애인·노인에게 차별 없는 전자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박영신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