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1시경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경남서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불이 났다.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시킨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앙심을 품은 김 모 씨(39세)가 사무실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화재 현장에는 어린이재단 직원 5명 및 인턴 면접대상자 5명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를 비롯해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건은 201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가 음주 후 노상에 누워 있고 8살 아들은 그 옆에서 심부름을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김 씨의 아동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과 동행, 현장 조사를 한 후 김 씨와 상담하고 아동은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안전하게 보호받고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후 같은 상황이 반복됐고, 김 씨는 아동을 학교에 등교시키길 거부했다. 아동의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에서도 아동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친구들과 다툼이 잦은 편이라고 했다.

올 6월에는 상담을 받고 돌아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김 씨는 아동에게 몽둥이를 휘둘렀고, 이를 목격한 사람이 다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를 해 왔다. 이후 지구대에 연락을 했고, 지구대는 김 씨를 응급 입원 시키겠으니 아동을 보호 조치 해달라고 했다. 김 씨는 10월에 어린이재단 및 시청 등의 도움으로 병원비를 지불한 뒤 퇴원했고, 아동은 집으로 돌아갔으나 앙심을 품은 김 씨가 지난 23일 경남서부 어동보호전문기관에 불을 지른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위험에 대한 노출은 2010년 1월 18일에 어린이재단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발생했다. 평소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박  모씨(45세)가 당시 중학교 3학년 아들을 상습 폭행했고, 아들을 보호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회복지사가 보호자 동의서를 받으러 집을 방문 했을 때 문을 걸어 잠그고 망치로 사회복지사를 때려 상해를 입혔다.

이처럼 위험한 아동 폭력의 현장을 나가는 사회복지사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만 이들의 안전을 지켜줄 법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2008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43개소 중 36개소, 즉 85%의 상담원이 신변 위협을 느꼈다고 답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권한은 현장에 출동해 피해아동을 아동학대 가해자로부터 격리하거나 치료하는 조치를 하는 정도에 그쳐 부모가 상담원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현장출입을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

또 부모를 비롯한 아동학대 가해자가 조사나 면담을 거부하고 폭력을 휘둘러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현장조사를 나갈 때 여러 위험을 감안해 2인 1조가 돼 나갈 때가 있고 때로는 경찰과 동행을 한다.

어린이재단 사회복지사는 “우리 사회에서는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참견이냐’, ‘자기 자식 알아서 하겠지’ 라는 사람들의 생각 때문에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언제까지 사회복지사로서 직업적 사명감을 갖고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 이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한계에 휩싸일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 2011년 아동복지법이 일부 개정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근무하는 상담원의 조사에 가해자가 응하지 않을시 벌금을 부과한다는 법이 내년 8월 5일부터 시행되지만, 무엇보다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고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법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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