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2일부터 23일 이틀간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55세 이상 구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이 서울 2005 실버 취업박람회'를 열었다.

그러나 박람회 장을 찾은 많은 장노년층에 비해 구인업체가 올해도 역시 적어 기대에 못미쳤다는 반응이다.

22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실버 취업박람회에서 구직 노인들이 이력서를 쓰고 있다.<사진/최경훈 기자>

 
올해로 5회 째를 맞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공공부문 일자리 2천121명, 일반기업 424개 업체가 민간부문 일자리 4천86명 등 모두 6천207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부인과 함께 나란히 박람회장을 찾은 장홍성(78세·서울 도봉구)할아버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벽같이 왔구만.. 에이∼별거 없어"라며 이야기했다.

서울시민만이 응시할 수 있어 미리 확인을 못하고 온 수도권 장노년층이 헛걸음을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용돈이라도 벌까해서 경기도 용인에서 새벽 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이순례(73)할머니는 "사진도 미리 찍고 이력서까지 써왔는데 서울사람만 뽑는다고 해서 그냥 내려가야겠어"라며 못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22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실버 취업박람회 장은 구직 노인들로 분주하다. <사진/최경훈 기자>

 
공공부문의 대표적인 일자리와 선발인원은 불법 주·정차 단속업무를 보조하는 교통 서포터스(55∼60세) 280명, 지하철역에서 질서 유지 및 시민 편의시설 이용 안내 업무를 담당할 서울지하철 도우미(65세 이상) 200명이다.

민간부문에서는 간병, 경비, 미화, 택배, 주례, 번역, 주유, 기계. 건축 기술직, 방송 보조출연 등의 일자리가 제공됐다.

올해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웨딩주례동우회와 협회에서 노인들을 주례자로 모집하는 곳이었다.

항상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일이 생길 때마다 5만원에서 많게는 12만원까지 받을 수 있어 많은 노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노인모델과 방송보조출연자를 모집하는 부스에 많은 구직자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또 인기가 많았던 곳은 노인모델과 방송보조출연자 모집하는 부스였다.

이운형(71세·강서구)할아버지는 "기자양반, 내가 얼굴이 보기에도 잘생겼잖소"라고 너털웃음을 보이며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히 국가자격시험 감독관 100명, 설문조사원 90명, 홈쇼핑 모델 80명, 할인매장 관리원 30명 등의 일자리는 틈새시장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노인 일자리로, 다른 분야보다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람회에서는 또 기업들의 노인 채용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노인들에게 건강 점검의 기회도 주기 위해 한국건강관리협회, 대한신경과학회 등의 협찬으로 노인들의 '건강 나이'를 측정해주고 치매 조기 검진, 당뇨 측정, 건강 상담 등도 이뤄져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 노인 취업 종합정보관, 이력서 대필관, 취업적성 검사관, 창업정보관, 노인 취업훈련 센터 등이 마련되고 성공적인 면접 전략, 이미지 컨설팅, 취업설명회 등도 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에는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 박람회 후에도 구직자에 대해 효율적인 사후 관리를 할 것이며 종로구의 노인 취업훈련센터를 통해 맞춤형 노인 인력 양성에도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학력 장노년층에 대한 일자리 부족과 대책이 미흡하고, 대부분의 일자리가 아직도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웃도는 단기 직종이 많은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자신을 박사 출신으로 소개한 김종모(가명·72세)씨는 "퇴직 후에 환경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아이들도 가르치고 있다"며 "일자리가 있을까 하는 기대로 나와봤는데 마땅한 게 없다"고 말했다.

오윤경 기자 ohnew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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