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를 소비자 위주로 개편하는 ‘(가칭)국가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소장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령 산하 장애인위원회 상설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현행 장애인복지제도는 활동지원제도 등 개인별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 여전히 관료와 시설중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대선을 통해 요구하는 사항은 현행 국무총리 산하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대통령 산하로 격상하고 기능을 실질화하는 등 문제점 개선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탈시설-자립생활 및 수요자 개인 중심의 복지패러다임 아래,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자원 배분 및 정책을 권고하는 등 전략을 세우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소장은 “국가장애인위원회 통해 장애인 당사자주의 및 장애인지적 관점에서 정책 소비자인 장애인의 견해가 반영되고 장애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장애인복지의 큰 틀을 전환하는 계기 이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장애인위원회의 구체적 역할로 ▲장애인복지 중장기계획 수립 ▲장애정책 관련 국가보고서 작성 ▲정책권고 기능 ▲모니터링 등을 꼽았다.

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현행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와 같이 정부부처와 장애인단체 대표로는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며 “장애인정책에 전문성 있는 위원의 상근체계로 가야 집중력 있게 일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주제발제를 통해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대통령 산하로 옮기고 이 위원회를 통해 5년마다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수립과 부처간 의견 및 정책조정 등 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 교수는 위원회의 실질화를 위해 사무처를 두도록 했다.

최영광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사무처장은 “장애인정책조정기구가 강화되더라도 분절적이고 단편적인 서비스전달체계가 유지된다면 장애인들의 복지체감도 높지 않을 것이다. 전달체계 문제 고민 필요하다”며 “실무위원회에 장애인정책 관련 주요부서인 복지부, 노동부, 교육부 등 두어 핵심기능을 수행케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부처 뿐 아니라 지자체의 복지정책에 대한 조정 업무 또한 맡아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곽해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실장은 “대통령 직속기구가 설치되기만 하면 장애계의 웬만한 요구들은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 기구 설치 문제는 법령제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보다 정치적이고 의지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곽 실장은 “이 기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정치적 약속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한 참석자는 “인권위원회가 대통령의 권한 아래 이뤄지고 있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 문제를 대통령 산하로 가져간다고 해서 위상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대통령이냐에 따라서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틀어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현행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회의 개최는 지난 2000년부터2월부터 2011년2월까지 총 9차례에 불과해 장애인정책조정기구로서 심의조정의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의 다변화되는 욕구에 대처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받아 왔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관련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국무총리 소속을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하는 이정선 의원안과 복지부가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수립을 비롯한 정책조정기구 역할을 수행토록 한 복지부안 등이 발의돼 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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