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 정책을 내놓고 이를 추진해 왔으나, 이 양성화 정책은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며 오히려 또다른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2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정부의 미신고양성화 정책에 대한 신날한 비판의 장이 마련됐다.

2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학계, 사회복지시민단체, 복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 평가 제대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토론자들은 현 정부의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 추진 경과 -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은 지난 2002년 6월 미신고 복지시설 종합관리대책 수립·시행에 따라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조건부신고제도로의 도입, 신고 기준을 완화해 시설의 진입장벽을 낮춤, 개인운영 신고시설의 지원 등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이후 2004년 7월부터는 복권기금·삼성기금 등을 활용해 신고시설 전환을 약속한 조건부신고시설 및 신고시설로 전환한 개인 운영시설에 대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2005년까지 84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2004년 7월부터 복지부·시민단체·교수 등 민관합동의 시설발전위원회를 구성·운영해 미신고시설의 근본적인 방지대책을 논의중에 있다.

지난 7월 2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6월 이후 시·도를 통해 파악된 미신고 복지시설 1천288개소(생활자 2만2천명) 중 신고시설로 전환한 시설이 213개소, 신·증·개축 등 공사가 진행 중인 시설 586개소, 전환이 어려운 시설 387개소, 자진 폐쇄 95개소, 강제 폐쇄 7개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복지부는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의 70%가 신고시설로 전환 및 전환이 확실하거나 폐쇄가 완료된 것으로 파악하는 등 양성화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시설의 실제 전환 성과는 16.5%에 불과할 뿐 아니라 단기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토끼몰이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대구대 조한진 교수는 시설의 사회화 및, 서비스 이용의 권리 옹호, 바우처 활용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발제를 한 대구대 조한진 교수(사회복지학)는 "복권기금·민간재원 등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지역주민의 님비 현상, 지압의회의 반대, 지자체의 소극적 자세 등으로 인해 건물 신·증축 등 기능보강이 어려울 수 있다"며 양성화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또한 △신고시설로 전환 후 인건비 등 예산지원은 없고 법률상 각종 의무가 부여되는 등 신고시설 전환의 인센티브가 부족하고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법인시설과 동일한 입소기준, 입·퇴소절차 등을 요구하고 있어 재정여건이 열악한 미신고시설의 신고시설 전환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복지시설 양성화 정책의 가장 중대한 문제점인 생활인의 인권을 보장할 실질적 방안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조 교수는 △시설의 사회화 △서비스 이용의 권리 옹호 △사회복지시설 이용에서의 이용자 선택권과 바우처 활용 △탈시설화와 지역사회보호 등을 양성화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정책은 '발은 땅에, 그러나 눈은 발뒤꿈치에'두고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 김한승 부회장은 "미신고시설의 일부 부작용은 침소봉대 되는 반면 순기능은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신고와 합법화가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주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복지시설 양성화 정책은 혼합시설 문제, 입소자 보호가 필요한 시설들의 문제 등 법적근거나 현실적 대안이 없는 문제들이 소홀히 취급되고, 양성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 미비한 형편"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미신고시설 문제를 시한을 정해놓고 토끼몰이 하듯 단기간에 몰아쳐 해결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신고 시설 문제는 시설 정책 전반의 재검토를 통해 국내 복지정책의 방향을 진일보시킬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급자 위주, '사람 외적인 요수 위주'로 전개되고 있는 우리 복지현실을 지적하고, 미신고시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수요자' 즉 '사람'을 중심으로 놓고 그 순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김명연 박사는 "복지부의 미신고복지시설 양성화정책은 재량의 법리를 크게 오해하고 있다"며 "특히 행정청에게 미신고복지시설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유예할 자유, 즉 결정재량이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양성화정책은 양성화 기간 동안은 생활인의 기본권 침해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이며 "정부 스스로가 불법적인 미신고시설을 승인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김 박사는 특히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정책은 은혜와 자선에 의한 복지서비스제공이라는 전근대적인 복지정책으로서 공적 주체에 의한 사회복지서비스공급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또한 이러한 양성화정책은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화여대 김미혜 교수(사회복지학)는 "생활자 복지수준 향상과 미신고 복지시설 제도권 진입이 양성화정책의 목적"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집행과정에서 시설의 기능보강을 통해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의 제도권 진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양성화정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새로운 미신고 시설들이 계속 늘어났다는 것"이라며 "이는 복지부가 평가한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의 성과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경하 기자 lkhpres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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