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개인기부금 규모가 17조원으로 추계되는 가운데 소득 수준 상위 10% 시민의 기부노력 정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철희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일 프레스센터에서 ‘누가, 어디에 기부하고 자원봉사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선진사회복지연구회 창립2주년기념 제8차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철희 교수에 따르면 세분화된 기부처별 기부금 서베이 분석결과 종교포함 개인기부금 규모는 2009년 총 17조4940억원으로 추계된다. 이는 GDP의 1.65%에 이른다.

강 교수는 “그러나 소득계층별로는 소득 수준이 높은 시민의 경우 특히, 소득수준 상위 10% 시민의 기부 노력 정도가 가장 낮았다”고 주장했다.

소득 수준별로 기부노력의 정도는 소득수준 하위 20%대 시민이 0.79%p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하위 40%대는 0.65%p, 하위 60%는 0.57%p, 하위 80%는 0.48%p였으며, 하위 90% 즉, 상위 10% 시민은 0.47%p로 기부노력의 정도가 가장 낮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전체 기부규모 중 개인 75%, 재단 13%로 개인의 비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기부 중 상위 1~5%에 속하는 부유층의 나눔의 몫은 35~50% 이상의 수준을 나타내는 등 이들에 의한 기여가 절대적이다.

강철희 교수는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부유층에 의한 모범적 모형의 실제를 관찰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미국과 같이 상위 부유층 1%에 의한 개인 나눔규모 중 35%까지의 기대는 가능하지 않으나 일정한 상징적 수준의 부유층에 의한 나눔 촉발이 발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의 나눔행동은 계층간 사회적 거리의 간극을 좁히고 사회자본의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또 기부 활성화를 위해 ▲부유층 나눔모형의 개발과 촉진 ▲유산기부의 확대 및 계획기부 촉진을 위한 제도 도입 ▲정기적 나눔 실천 및 나눔교육의 제도화 ▲세금혜택 등 관련된 제도적 유인책 강화 등을 제안했다.

강학봉 사회공동모금회 사업본부장도 개인기부의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은 “최근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세제지원이 확대된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개인 지정기부금 공제한도가 확대됐으며, 기부금 공제대상 인적범위 또한 확대돼 나눔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확대와 더불어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특별재난 지역의 복구를 위해 자원봉사한 경우에만 인정되는 세법상 용역기부를 자원봉사 등에 확대하는 등 물질적 나눔 뿐만 아니라 재능 또한 나눌 수 있는 세재상의 혜택이 도입된다면 일대 전기가 되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정숙 선진사회복지연구회 회장은 “여론조사에서 58.3%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바라고 있다”면서 “기부문화가 더 확산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에서 더 모범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나눔에 대한 인식 개선과 기부단체의 자금운영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는 “기부문화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소외된 이웃들에게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할 때 아직 세상이 더 살만하다는, 더 노력해 볼만 하다는 느낌을 갖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영숙 선진사회복지연구회 고문은 “한국의 기부는 미국의 2.2% 에 비해 0.8%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국세통계연보에는 개인기부와 법인기부를 합쳐서 볼 때 증가 추세라는 점에서 사회적 정의를 실현과 자아실현 및 시민의 사회적 책임을 가짐으로 사회 통합이 가능하다”며 “국민 개인 한 사람 한사람이 적극 참여해야 된다”고 피력했다.

오 고문은 “나눔의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의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기부문화를 만들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명옥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이사장은 “나눔운동은 착한 마음으로만 하기보다 전략적으로 그리고 현명하게 체계를 갖추어 하면 끊임없이 계속돼 확산되는 운동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기증하고 자원봉사를 할 의사는 있는데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방법을 시스템화해 물 흐르듯이 원하는 사람은 다 나눔공동체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범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혜성 보건복지부 나눔정책팀장은 “나눔확산을 위해 생활 속의 쉬운 나눔, 사회적 인정 강화, 노블레스 오블리주 확산, 모금 기관의 신뢰성 제고, 나눔국민운동 전개 등 5가지 주요 정책과제를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그간의 나눔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제도화 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추진할 나눔정책은 ▲나눔의 제도화 ▲생활 속의 나눔문화 확산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나눔환경 구축 등이다.

한편 곽대석 CJ 나눔&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상생과 나눔을 위해 민간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매년 중가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곽대석 사무국장에 따르면 사회복지 민간재원의 핵심인 기업은 2010년 약 2조8735억 원이 사회공헌활동 예산으로 사용됐다. 이는 전년대비 8.4%가 증가했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이 직접 참여한 실적은 2008년 45%를 차지했던 사회복지 분야의 지출이 2010년에는 총액 7513억3900만 원 중에서 51.1% 인 3842억3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곽 사무국장은 “또한 자원봉사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 전사차원의 봉사조직, 표창제도, 봉사자 등록제도, 휴가제도, 교육프로그램 등을 도입해서 기부와 나눔의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기업들의 나눔과 기부활동의 외부저해요인으로 사회적 인식부족(26.4%), 반 기업정서 등 외부의 왜곡된 시선 및 보도(24.8%)가 전체의 51.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정부의 제도적 지원 부족(22.9%),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외부의 압력과 요구(18.4%), 법제도의 문제점(6.6%), 기타(1.0) 등으로 나타났다.

곽 사무국장은 “이러한 조사를 분석해 보면 기업의 나눔과 기부활동에 대한 시민사회의 올바른 이해와 평가 그리고 정부의 행정적인 지원이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다”고 주장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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