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해 12월 26일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이하 장애인방송고시)”를 발표했다.

이 장애인방송고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개정에 따라 후속조치로 개정된 방송법 제69조 제8항 및 제9항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다.

장애인방송고시에 의하면, 지상파 방송과 보도·종합편성채널 사용사업자는 자막방송 100%, 수화통역방송 5%, 화면해설방송 10%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위성방송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지상파 방송의 70%, 채널사용사업자(PP)는 50%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준수 시기는 서울소재 지상파 방송사는 오는 2013년, 지역의 지상파 방송사는 2015년, 유료 방송사는 2016년까지 장애인방송 편성비율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방송고시는 장애인 접근 서비스의 문제만이 아니라 방송사의 성실제공 의무나 장애인방송시청보장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1999년 한글자막 방송이 실시된 이후 장애인 방송서비스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연이어 화면해설방송이 시작되면서 방송접근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는 동안 방송사별 장애인방송 서비스 확대에 대한 정책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인들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송사들은 제공자의 입장에서 불만들이 있어왔다.

이와 함께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등장하는 융합매체에 장애인들이 접근을 할 수 없어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진정을 하는 등 불만이 컸었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장애인방송고시는 매우 환영을 할 만하다.

그렇다고 장애인방송고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방송고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송사를 배려한 측면이 너무 많다.

물론 장애인의 권리만 내세우며 방송사의 입장을 도외시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는 장애인방송고시에서 방송사의 입장을 고려해 주다보니 장애인의 기본권이 훼손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첫째, 방송사의 제작과 방영의 어려움을 들어 수화통역방송의 목표치를 5%, 화면해설을 10%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자막방송의 100%목표와 대조가 된다.

둘째, 지상파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을 규제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셋째, 방통융합 매체의 단말기 초기대응이나 프로그램가이드 등의 접근을 위무사항이 아닌 임의사항으로 하여 장애인의 접근환경을 도외시했다는 것이다.

넷째, 수화통역방송의 질적 개선이나 지적, 자폐장애인 등 그동안 소외되어 있는 장애인 문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섯째, 특혜논란을 받으며 출범한 종합편성방송에게 '특혜'란 말에 걸맞지 않게 장애인방송서비스 실시를 1년이나 유예했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방송접근권 확대를 위하여 다양한 운동을 펼쳐온 우리 단체는 이러한 이유로 제정된 장애인방송고시를 환영하면서도 전적인 동의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제공하는 방송서비스를 장애인들이 수동적으로 받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방송서비스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장애인방송고시의 검토를 요구한다.

우리 단체와 소속 장애인들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드려져 장애인방송고시가 시혜가 아닌 권리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촉구하며 싸워 나갈 것이다.

2011년 12월 27일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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