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반대로 청소년을 장시간 초과노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무산된 것과 관련, 정부의 청소년 노동보호 의식이 열악하며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지난 23일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이 법안은 ▲성인의 경우 1일 8시간․주40시간(주5일제)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반면 청소년 노동자(15세 이상 18세 미만)의 근로시간은 1일 7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해 ‘주6일’ 근무를 조장하는 등 법적 모순을 해결해 청소년을 장시간노동으로부터 보호하고 ▲청소년에 대한 불법부당한 노동 관리감독 위해 고용부와 소속기관에 연소근로자 전담 근로감독관을 별도로 두도록 했으며 ▲청소년 노동자의 신고편의를 위해 학교, 시민단체 등을 근로조건 위반 신고기관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조정에 대해 “현실에 맞지 않다”, “청소년 알바를 쓰지 않게 되기 때문에 청소년의 일할 기회가 줄어든다” 등 이유를 대며 반대했고 전담 근로감독관 및 신고편의제 도입과 관련 “굳이 법률에까지 담을 필요는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 이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희 의원은 “지난 17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고3 실습생이 정규직의 80%에 불과한 임금을 받으면서 주말특근과 2교대 야간근무 등으로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다 쓰러져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서 고용부가 청소년 노동 보호 의지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고용부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을 보호하기보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행법을 ‘주 35시간’으로 개정하면 주 40시간 근무 시 5시간 연장근로에 대해 가산급을 지급해야 하므로 업계에서는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근로기준법이 처음 제정됐던 1953년에조차 연소근로자 근로시간을 ‘1일7시간 주42시간’으로, 성인 ‘주48시간’보다 적게 정해 청소년을 특별히 보호하고 있었음을 고려할 때, 정부가 아직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의 노동을 성인과 동일하게 ‘주 40시간’으로 유지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것은 고용부의 청소년 노동 보호 의식이 반세기 전보다도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또한 최 의원은 지난 해 3월2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부 장관에게 근로기준법상 1주일에 40시간으로 돼 있는 청소년의 법정근로시간을 1주일에 35시간으로 줄이고, 당사자가 합의할 경우 1주일에 6시간까지 할 수 있는 연장근로 한도도 1주일에 5시간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는데, 1년 9개월이 지나도록 그동안 고용노동부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알 수 없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의원입법으로 법 개정안까지 제출된 상황에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고용부가 이제라도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래야 고용부가 청소년 노동보호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불명예스러운 지적을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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