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폭력 피해자 학생의 자살 사건을 통해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 등의 심각함이 벌써 위험수위를 훨씬 지나고 있음이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알려졌고, 이제는 학교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것 역시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2월 29일에는 학교 폭력을 없앨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보겠다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한 전국 시․도 교육감과 청와대의 교육문화수석비사관 등 대구에서 긴급회의를 여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국이 요란하다.

피해 학생을 물고문하기도 하고 버젓이 집 안까지 쳐들어와 쉴 새 없이 괴롭히는 등 가해학생들의 잔혹함이 점점 도를 지나쳐가자, 결국 피해학생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서 도피처를 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에 절망할 부모님들의 아픔이 염려되어 어떻게든지 살아보려고 망설였던 흔적들도 곳곳에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더 살아봤자 결국 불효자밖에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을 이길 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고 전 날 남은 가족들이 하루빨리 자신을 잊고 남은 생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머니의 휴대전화에서 자기 번호를 지운 일이 밝혀져 더더욱 가슴을 짠하고 아리게 한다.

그리고 공개된 유서를 보면 생전 한 번도 부모님께 제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 봤다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사랑한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는 내용이 나와 있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처음에는 가해학생이 두 명에 불과하다던 것이 지금은 일곱 명까지 밝혀져 상화의 심각성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참으로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폭력을 가해학생들이 장난 정도로 여기고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공교육 현장에 만연해 있으며, 학생들 당사자나 학부모 모두가 이런 학교폭력이나 왕따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모두가 전전긍긍해할 만큼 만연된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학교는 살벌한 전쟁통이 되어가고 있으며, 특히 이 정부 들어 악화일로에 있다는 것을 정부와 교육당국을 제외하고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다.

오늘날 우리 학생들의 처지는 마치 잔인한 사육장에 갇혀 내일의 먹잇감으로 사육당하고 있는 가축들의 신세와 하등 다를 바 없다.

교육이 사라져버리고 경쟁과 입시만 난무하는 공교육 현장에서학생들은 눈에 띄는 다른 약한 학생을 장난감 삼아 놀려대고 괴롭히고 것으로 힘든 현실을 견뎌가고 있다.

말뿐인 지도와 무관심 속에서 학교는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력 중심의 사회에서 공식적인 학력인증 기관의 기능을 가진 학교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장시간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취약계층은 학교와 같이 사회적 비용으로 교육을 담당할 곳이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교육이 사라진 학교에서는 이미 너무 많은 학생들이 절망하고 있다.

그런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학생들도 나약한 심성을 가졌다고 억울하게 낙인이 찍히기도 하고, 혹은 교사나 부모에게 일러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오명으로 억울한 원혼이 되어 구천을 헤매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학교는 앵무새처럼 진상조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하며, 피해자들의 입막음까지 시도하는 등 피해학생의 구제 보다는 학교 당국을 보호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 상황이 거듭되다 보니 학교폭력의 수위는 끝을 모르고 잔혹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공권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학교와 교육 당국의 태도는 참으로 문제다.

교육의 명목으로 학생들이 감당하기도 힘들고 아무런 감동이나 깨달음도 없는 획일적인 학습노동을 강요하고, 나아가 천문학적인 사교육 시장을 불러들이는 구실을 하고 있다.

이 지경이라면 공교육을 쇄신하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인성지도를 하는데 있는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인데, 학교 교사들은 부업이 되어버린 방과후 수업에만 열을 올리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감출 길이 없다.

심지어는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는 일 하나까지 전부 수당이 매겨져 있다는 사실에 이르면, 수당과 인센티브가 아닌 교육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 대한민국의 학교는 학생들을 장시간 붙잡아두는 양의 문제로 승부를 걸고 있을 뿐이고, 진정한 교육관과 교육실천 방법을 정립한 책임 있고 존경할만한 교사들에 의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무관심 속에 계속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학생들은 지옥문이라도 빠져나가는 것처럼 학교를 탈출하고 싶어 한다. 배움이 없는 교실에 절망하고, 동급생들을 두려워하며, 교사를 신뢰하지 못 한다.

하루라도 빨리 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심각히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방과후 교육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우선 제 시간에 하는 공교육을 충실히 할 수 있는 방도를 시급히 찾아야 한다.

교사들의 업무를 줄이고, 학생들끼리 홀로 버려져 있지 않도록 교사들의 좀 더 세심한 지도를 위한 여유로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생들의 작은 변화를 의미 있게 보고, 가해자들을 진정으로 변화시키고 학교 문화를 인권과 평화의 가치 위에서 정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제 곁에 있는 사람들과 스스로가 너무도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정규수업 시간 내내 알아듣지 못한 채 딴 짓을 하며 보내는 학생을 나중에 따로 남겨 다시 가르치겠다는 안을 내기 보다는 처음 그 시간에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아동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일을 당한 부모의 심정을 차마 헤아리기 어렵다.

핸드폰에서 자기 번호를 지워주는 세심한 정을 가진 아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어미의 심정이 어떠하였겠는가?

이번 일로 죄를 지은 것은 단지 그 가해학생들 만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그 날 절망하며 자살을 감행한 것 역시 피해학생 뿐이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더 버틸 힘이 없는 우리의 공교육 자체가 절망하며 자살을 한 날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다.

바로 그 날 온 나라의 교육이 죽어버린 것이다.

오늘 우리 지역아동센터들은 대구 중학생의 억울한 죽음에 깊은 슬픔을 함께 느낀다.

우리 모두의 피맺힌 마음을 다하여 가신 이와 남은 가족들에게 한없는 안타까운 마음과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른 가해학생들에게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한 우리 모두의 책임을 통감하며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더불어 우리는 두렵다. 학생들의 거듭되는 죽음으로도 나아지지 않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참으로 두렵다.

교사들이 사력을 다해 애를 쓰고 있는데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리 공교육 현실이 절망스럽다.

온 나라가 이런저런 일로 참으로 부산스럽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여기 우리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학교가 정규 수업을 중심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실천하고, 학생들을 올바로 지도하는데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온 사회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

특히 학생들의 삶이 학교와 지역사회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학교는 보다 긴밀하게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학생들을 지도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학교가 진정 교육적 힘을 되살리고 싶다면 지역사회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권위주의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하루빨리 벗어버려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그들의 교육에 중점을 두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깊이 성찰하고 교육계 밖의 충고와 조언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교육의 밖에서 교육을 염려하는 소리가 이렇게 드높은 것을 교육계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말 더 이상 이 땅의 어미와 아비들의 절망과 원한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면 교육계는 당장 자신의 소임을 다시 한 번 성찰할 일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다 죽어가고 있다. 교육계는 정신을 차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살리고 이들을 제대로 교육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성태숙 (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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