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버핏세 도입은 소득세 최고구간을 넓히고 법인세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등 소득자들에 대한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수진 변호사(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실행위원)는 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판 버핏세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공청회에서 “버핏세는 양극화 현상 심화와 근로빈곤층 증가 등 서민 중산층의 삶이 더욱 피폐해지고 있어 복지시스템 구축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주장된 것”이라며 “그러나 국회(한나라당)는 지난 연말 ‘한국판 버핏세 도입’이라고 포장한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렸다”고 비난했다. 

국회는 지난 12월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소득세 과표구간 '3억원 초과' 최고구간을 신설해 38%의 세율을 적용토록 한 소득세법 수정개정안과 22/100 단일세율을 적용했던 과세표준 2억원 초과구간을 세분해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20/100, 200억원 이상 22/100를 적용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상위 1% 소득자에 대한 과제 강화가 버핏세 취지였으나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이 적용되면 대상자가 0.17%에 불과하다”며 “법인세 중간구간 감세로 총 1조원 이상의 감세가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결과적으로 부자감세 강행을 처리하는 데 있어 소득세 최고구간을 좁은 범위에서 만들고 법인세를 감세하면서 비난을 피할 방패막이로 ‘버핏세’라는 이름을 악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조 변호사는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률은 GDP 대비 3.6%로 OECD 회원국 평균인 8.75의 절반에 못 미친다"며 "나날이 늘어나는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통해 복지재원 마련하는 일 형평과 정의에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00년대 이후 기업의 한계투자성향이 0.3%로 낮아져 기업소득이 1만원 늘어나면 투자가 3000원 증가하지만 1만원을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경우 1만원에 가까운 소비유발효과가 있어 중장기적으로 기업에 대한 공공지원은 축소, 폐지돼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많이 속한 구간에 대해 현행을 유지하되 법인세 최고구간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는 연말에 상속세및증여세법 개정을 통해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을 증여로 의제, 증여세를 부과키로 했으나 과세액이 1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주식투자 이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것은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 등에 과세하는 것과 비교해 공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세표준 1억2000만원 이상(전체 근로소득자의 0.28%, 전체 자영업자의 1.5%)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42% 세율 부과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대기업(2009년 기준 190개) 27% 세율의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 ▲증여세가 실질적 부의 증가분에 따라 부과되도록 하고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적 부의 이전에 대한 이사회 책임을 묻는 법개정 추진 ▲연간 주식양도차액의 일정액 이상 초과 시 과세, 소액투자자의 경우 일정한 소득공제 도입 등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형 버핏세 도입은 고소득자, 재벌, 대기업에 대해 조세공평주의에 의해 신설돼야 한다”며 “버핏세 도입을 위한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편적 복지국가는 모든 시민이 적절한 삶의 수준을 누리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를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조세 및 재정체계의 개편이 당위적으로 요구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세율이 낮고 비합법적 탈루소득 등으로 인해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조세부담률과 복지재정지출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부와 소득이 불평등하게 분배돼 있는 경제체제 아래서 공정과세를 넘어 불평등한 분배구조를 적극적으로 시정하는 조세체계 요구된다”며 “소득세 및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상,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과세표준 조정 및 세율 인상,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및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체계 구축, 상장주식과 파생금융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적정 세율 넓은 세원’의 원칙 하에 불요불급한 조세감면제도를 정비하고 개인사업자의 탈루소득을 축소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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